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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정부가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종전의 것과 크게 다른 게 없다.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과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게 있다면 ‘규제 프리존 도입’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광역 시·도별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유전자 의학 등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규제 혁파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어디 한두 번 들었나. 중요한 건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경제가 쇠퇴하며 서민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가고 청년실업으로 인해 5포 세대니, 7포 세대니 하는 말이 횡행한다. 게다가 ‘좀비기업’이 15%를 넘었고, 기업의 매출과 수출이 줄고 있다. 한국이 내년에 3% 성장을 하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웃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우리는 중국에 비해 기술이 앞섰고 일본에 비해서는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 면에서 중국에 밀리고 가격 면에서 일본에 밀리는 추세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한·중·일 경쟁 구도에서 꼴찌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외 환경이 대단히 심상치 않다. 미국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저유가로 인해 산유국들의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또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구조개혁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일종의 업보다. 지난 수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양산해 왔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제도들을 만들고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수많은 규제를 만들어 왔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돌려 유턴하면 된다. 그리한다면 우리에겐 다시 희망이 있다.

그러나 그 희망이 자꾸만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나마 정부가 뒤늦게 방향을 제대로 잡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지만, 국회가 여전히 딴청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내내 민생은 제쳐 둔 채 정쟁만 일삼더니 정기국회와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정치놀음만 하고 있다.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호소하는데도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국가의 운명은 안중에도 없고 국민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치논리에 빠져 온통 관심은 내년 선거에 가 있다. 이런 국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회의마저 든다.

국민의 삶, 경제의 환경을 결정짓는 것은 법이다. 그 법은 국회에서 만든다. 그동안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경제를 쇠퇴하게 만든 것도 국회에서 만든 잘못된 법률들이었다. 그렇다면 국민의 삶과 경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더욱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절벽 앞에 서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야 한다. 정부는 계획만 세우지 말고 경제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국회 특히 야당은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국가가 있고 정당이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