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시장 ‘일자리 대장정’ 강행군

“의료관광의 핵심은 신뢰예요. 아무리 훌륭한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들,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들 내 몸을 맡겨도 좋다는 신뢰가 없으면 의료 관광은 성립될 수 없어요.”

10월 26일 흔들리는 버스 안 ‘의료관광’을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7일부터 시작돼 10월 31일까지 이뤄진 일자리 대장정 기간엔 32인승 관광버스가 박원순 시장의 집무실 역할을 대신했다. 약 한 달 동안 박원순 시장은 버스 안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하루의 동선 체크는 물론 당일 발표 프레젠테이션(PT) 검토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이뤄졌다. 현장에서 정책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날에는 담당자들도 버스에 동승, 이동 시간을 활용해 못다 한 정책 토론과 업무 협의를 했다. 의료관광 관련 토론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르바이트체험으로 일자리 대장정을 시작한 박 시장은 19일 동안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즉 하루의 절반 이상을 현장에서 보냈다. 일자리 현장의 현실을 모른 채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 다종다양한 직업체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성동구의 한 가게에서 사과를 팔고 맥주 박스를 나르고 카트를 정리했다. 동자동 양말인형공방에서 인형 만들기에도 도전했고 한강변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김치볶음밥을 팔기도 했다. 외박도 불사했다. 개인주택을 개조해 국내외 여행객들의 숙박과 문화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는 ‘미나리하우스’, 민달팽이협동조합 조합원이 만든 ‘달팽이집’, 청년 창업자들의 공공 원룸주택 ‘정릉 도전숙’ 등에선 눈을 붙였다.

일자리 대장정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피로가 누적되어 눈이 붉게 충혈되는 등 박 시장 몸에 이상이 생겼다. 지난 10월 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이 개발한 스트레스 측정 기구에선 ‘심각’을 알리는 빨간 불이 켜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의 하루 10시간 이상의 일자리 일정은 이후 계속됐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