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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 경희대 교수 경제학

한국경제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의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으며,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 증가율이 -1.6%였다. 이것은 한국은행이 1961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초의 마이너스다.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역시 4.2%로 2013년 5.3%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이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진 수치다. 2008년에 5.0%였고, 2009년에는 4.6%였다. 한편, 수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제조업체 중 32%에 이르렀다.

수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435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줄어든 것으로 올 1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2015~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 연말까지 수출은 5360억 달러, 수입은 4450억 달러로 수출입을 합한 무역 규모가 9810억 달러다. 이렇게 되면 2011년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무역 1조 달러’ 달성도 어려울 것 같다.

제조업과 수출이 부진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하나같이 올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번 전망치보다 각각 0.3%포인트와 0.4%포인트를 낮춘 2.6%와 2.7%로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그뿐 아니라, 내년 성장률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3%대로 보지만, 국내 민간 연구기관과 외국 연구기관들은 2%대로 전망한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21~2025년에 연평균 2.84%, 2036~2040년에는 1.8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청년실업이다. 정부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9.7%에 불과하지만, 체감실업률은 20%가 넘는다는 연구 보고서들이 있다. 체감실업률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시간제 취업자, 잠재구직자 등을 고려한 실질적 실업률을 말한다. 경제가 쇠퇴하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많은 청년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근본 이유는 기업 환경의 지속적인 악화에 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수많은 규제와 반기업 정서는 기업들을 규제가 없는 해외로 내몰았고, 해외에서 다시 국내로 돌아오려고 하는 기업들을 막았다. 그리고 기업 하려는 의지가 크게 꺾였고 투자가 줄었다. 그것은 결국 제조업의 쇠퇴, 수출 감소, 전반적인 경제성장률 하락, 그리고 대규모 청년실업을 초래했다.

경제를 활성화해 지금의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고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 활동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게 돌아갈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제안은 그동안 수없이 해왔다. 그럼에도 실천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에 있다. 지금 정치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등 정쟁에만 매몰돼 민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경제 법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수두룩하다. 과연 지금 국회가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