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동국대 석좌교수는 193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박 석좌교수는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유년 시절 겪었던 전쟁과 폭력은 나를 폭력에 대한 거부의 삶으로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발생한 여수·순천사건은 그에게 “맑은 물이 흐르던 개천이 피로 물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6·25전쟁 때에는 피란 갔던 외갓집에서 빨치산에게 외할머니, 외숙부, 외숙모를 잃었다.

그는 어린 시절 전쟁과 폭력의 충격을 이겨내고 평생 비폭력 인권 수호의 삶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트라우마를 중시했던 프로이트 심리학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대통령을 지낸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박사가 주선한 장학금으로 독일 괴팅겐대에서 학위를 받은 뒤 1976년 모교인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행복했던 서울의 삶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9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에 연루돼 쫓겨나다시피 서울대를 떠났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당시 박 석좌교수는 일명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일자리도 찾을 수 없었다.

한경직 목사의 소개로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아시아 국장을 맡게 됐다. WCC는 모든 교회의 통일을 지향하는 초교파적인 교회 협의체다.

그는 유엔세계인권도시추진위원장, 한국인권재단 고문, 동국대 석좌교수 등 많은 직책을 갖고 있지만 모두 무보수로 하고 있다. 2000년 초대 인권대사를 맡았을 때도 “운전기사가 열어준 문에서 내린 내가 인권을 말할 수 있겠느냐”며 보수와 차량 제공을 거부했다. 다만 2012년 생면부지인 김수홍 인천대교 사장이 ‘인권대사가 본 한반도 아시아’란 책을 읽고 찾아와 회사 고문을 맡아 달라고 해 고문료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그것도 부담스러워 자청해 고문료를 반으로 줄였다. 가족으로는 부인 오영옥 씨와 두 아들, WCC 아시아 국장 재직 시 중국 지원활동을 하면서 얻은 중국동포 수양딸이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전남 순천 △광주제일고 △서울대 사회학과 △독일 괴팅겐대 석사·박사 △에든버러대 신학 명예박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 국장 △대한민국 인권대사 △이화여대 석좌교수 △유엔세계인권도시추진위원장 △동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