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제 도입 필요

선거용 국감쇼 종합세트

현장중계 강화 감시해야”

학계와 시민단체 등 정치 전문가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막말·저질·호통·보복·갑질 등 구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재연되는 것과 관련, 근본 해결책으로 ‘레드카드제’ 도입 등을 주문했다. 불합리하고 비정상적 행동을 보일 경우 강도 높은 중징계 방안으로 그해 국감에서 아예 퇴출시키자는 제안이다.

전문가들은 여야 의원들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활용해 노출 빈도와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이같이 심각한 양상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감은 선거용 퍼포먼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규정했다.

이 실장은 “이번 국감의 가장 큰 문제는 ‘겉도는 국감’으로, 본질을 꿰뚫는 질의나 사회적인 파장을 가져올 이슈 제기보다 내년 공천을 앞두고 눈에 띄기 위한 보여주기식 국감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며 “의원이 될 당시의 초심이 사라진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근본 해결책과 관련해 양승함(정치외교학) 연세대 교수는 “국감 일정과 시간을 고려해 무리하게 많이 부르기보다는 증인 채택 인원수를 제한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핵심 관계자가 아닌 경우 부를 수 없도록 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특히 국회의원이 막말을 하는 경우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현행법상으로도 의사진행을 방해하면 퇴장시킨다든지 하는 조치가 있긴 하지만, 막말과 고성 등 불합리한 행동을 할 때는 단순히 하루 퇴장 정도가 아니라 그해 국감에 아예 불참하게 하는 중징계와 함께 세부적으로 옐로카드, 레드카드제를 만들어야 막말을 멋대로 못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이런 제도 개선으로 회의 진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해야 하며, 현장 중계를 더 강화해서 국회의원이 더 감시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실제로 국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게 된다면 막말을 멋대로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진원(비교정치학)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치인들은 국감 때 언론 노출 빈노를 높이려 노이즈 마케팅과 기괴한 퍼포먼스를 해 여론을 떠보려 하며, 상식 이하의 행동 등 거의 노출병적 증세를 보이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서서 국감 활동 지표 등을 만들어 평가하고 워스트·베스트 의원을 선정해 노출시키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윤정아·유현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