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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

요즈음 ‘어셈블리’라는 드라마가 시중의 화제다. 국회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작가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현실성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정치공학의 전문가들로, 오로지 재선을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민생(民生)이나 입법(立法)은 완전히 뒷전이다. 초선으로 민생을 챙기려는 의원은 상례에서 벗어난 ‘진상’으로 취급된다.

물론 드라마가 실제 자체는 분명히 아니다. 과거 정무직 공무원 시절 몇 해에 걸쳐 국회에 나가 앉아 있으면서 느낀 것은 대다수 의원은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었다. 의원들의 발언과 질의만 듣고 있어도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국회와 국회의원의 이미지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드라마 얘기를 꺼낸 것은 국회가 이제는 이런 이미지를 불식하게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오늘 개막돼 100일 간 열린다. 사실상 제19대 국회를 총정리하는 마지막 정기국회로, 국민은 기대와 동시에 적잖은 우려를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국정 후반기의 핵심 국정 과제로 삼은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의 성패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많은 국민은 이들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희망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아직 처리되지 못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도 이번 회기 중에는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그 기대가 실현될 것인가? 당연히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생각하겠지만, 동시에 의원도 정당도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개인적·당파적인 이해득실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야는 국익 차원의 협력보다는 대결로 치닫게 될 공산이 크다. 선거가 있기 전년에는 언제나 그랬고, 19대 국회라고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에는 산적한 법안들은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공산이 크다.

적어도 지금까지 19대 국회가 보여준 궤적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더 커 보인다. 가결 법안 수가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를 재는 유일한 척도일 수는 없지만, 한 시민단체의 조사 보고서를 보면 19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 수는 18대 때보다 적다. 여기에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과 지금 사이에 입법 환경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본다면 이번 정기국회만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개혁은 말로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수는 적지만 개혁으로 인해 많은 기득권을 잃기 때문에 그악하게 반대한다. 반면에 개혁의 잠재적 수혜자들은 수는 많지만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에 그친다. 개혁의 집합재적 성격 때문이다. 개혁에 기여를 하든 않든 개혁의 혜택은 누구에게나 돌아간다. 당연히 자신은 비용을 치르지 않은 채 남에게 미루고 ‘무임승차’하려고 드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이러한 때 국회라도 국리민복을 생각해 각종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정부의 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막판에라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국회는 하릴없다는 유권자들의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길이며, 동시에 그것이 국회로부터 등을 돌린 민심을 얻는 지름길임을 잘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