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보조금 등 정책 뒷받침
충전시설 등 인프라도 태부족

하이브리드·전기車 판매량도
2012년 정점 찍고 되레 ‘후진’

약 10년 전부터 자동차 산업의 새 먹거리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충전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데다 보조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관련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는 등 앞선 기술을 지니고도 구체적인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아 선두 주자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 2008년 360대, 2009년 6231대, 2011년 1만6346대, 2012년 3만1236대로 꾸준히 늘다가 2013년 2만2972대, 2014년 2만8923대로 오히려 예전만 못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 1∼7월 판매량 역시 1만85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296에 비해 7.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연구원의 ‘전기동력 자동차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팔린 국내 전기차는 434대로 1% 수준에 불과해 일본(1만4600대)이나 중국(1만7600대)은 물론 독일(2382대), 프랑스(7293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판매가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배터리 성능에 따른 짧은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하다. 이중 전기차 성능은 오랜 시간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짧은 시간 빠른 판매 촉진을 가져올 수 있는 ‘관’의 노력이 한 박자 늦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전기차 상용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우리나라는 전기차에 1500만 원, 하이브리드차에 100만 원 등 적지 않은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면서도 지난해까지 설치된 급속 충전시설이 전국 237기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차 중 진일보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수소차 대응에서도 뒤처진 모양새다. 7월 현대차가 쏘나타 PHEV를 출시하는 등 올해부터 국내 판매가 본격화됐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내년에서야 결정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수소차의 경우 2년 넘도록 정부의 구체적인 발전 계획이 나온 적이 없고 현재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다. 그러다 보니 충전시설은 전국에 11개에 불과한 상태로 지난해까지 보급대수가 33대에 그치는 등 존재감이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후발주자인 토요타가 차량 1대와 충전소 1개소에 대해 각각 2700만 원과 최대 25억 원 보조금 등 일본 정부의 지원책을 업고 시장 개척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라며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에서도 밀릴 경우 미래 친환경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