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범진 /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산업통상자원부가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시안을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했다. 제6차 계획과 비교할 때, 온실가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전기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취소하고, 2029년까지 새로운 원전(原電) 2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 의의를 살펴보자.

첫째,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러잖으면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교통과 산업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부문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그 유일한 방법이 원자력 발전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규모나 가격에서 아직 이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원자력 발전을 석탄화력으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억2800만t 증가하며 이는 2011년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에 해당한다.

둘째, 낮은 전력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발전 원가는 폐로(廢爐)와 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을 모두 포함하고도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격이 싼 전력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셋째,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대부분의 에너지원 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원자력 발전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발전 단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또한, 1년간 사용할 연료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원 수급의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전을 추가 건설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먼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원전과 관련해 많은 우려와 논란이 제기됐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줄 만큼 방사선이 유출되거나 사망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인식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주의의 확대와 더불어 정부 정책은 더 넓게 국민에게 개방하고 국민과 소통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이해는 어떤 부문에서나 필요하고 절박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반핵운동이 극렬했던 영국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하고도 오히려 2013년 8기의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 추진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원전 추가 건설 후보지로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이 거론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이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국가가 값싼 전기, 저탄소 발전,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누리는 동안 지역민들은 상대적 불안감이 크다. 이에 대해서는 마땅히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당 지자체에 납부하고 말았던 지원금은 사실상 주민을 위한 사용이 담보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도 큰 틀에서 손질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