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에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관련해 유화론이 감지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추가 대북제재 조치 등을 통해 북한에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7∼18일 한국을 찾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8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케리 장관은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추구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켜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미국이 “제재 조치 강화의 방법은 지금 다 의논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 의회에서도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의원은 미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맞춤형 추가 제재를 가하며 핵 개발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등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어떤 형태의 대북 대화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는 가드너 의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상원 공화당 내부의 대북 강경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에서 부상하는 대북 강경론의 배경에는 대북제재 조치가 아직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북한을 상당히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남북대화, 그리고 6자회담의 복귀 조건으로 각각 5·24 제재 조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첫 번째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외화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한편 대북제재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0)은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유엔 회원국의 80% 이상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회원국 상당수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대북 제재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북·중 무역이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한계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3년 제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냉각되기는 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교역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협력 수준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