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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無시험·진로 체험 1·2학년생 대상 시행2년차… 학생들 “뒤쳐질까 걱정도…”

학부모들 “취지 공감하지만 지역편차·직업체험 일색 등 여건 미성숙… 속도 조절을”


박근혜정부의 교육개혁 안 중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업으로 ‘자유학기제’가 꼽힌다. 자유학기제는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큰 틀 위에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지원을 받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사업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진로 관련 체험이나 토론·실습수업 등을 하는 제도다.

지난해 전국 중학교의 25%인 811개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했다. 2년 차인 올해는 전국 중학교의 50%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교육부는 올해 전국 중학교의 70%인 2230개교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자유학기제의 본뜻에 대해서는 학부모나 학생들 모두 동의를 하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큰 우려는 자유학기제로 인한 ‘학업 손실’이다. 한 학기 동안 시험 없이 지낸 시간이 과연 대학입시 등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 번째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다. 두 가지 고민이 모두 입시 위주의 한국사회의 교육 여건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중간·기말고사 안쳐도 학원은 계속 다녀 =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은 나름대로 자유학기제에 대해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교사가 꿈이라는 양 모양은 “꿈에 대한 책을 만들고 발표를 하면서 미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예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교사라는 꿈이 더 구체화 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연모 양도 “어릴 때 꿈은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영화관 주인이 되는 것이었는 데 영화와 관련된 화상 수업을 받아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두 학생은 자유학기제가 진행되는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시험이 없지만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털어놨다. 양 양은 “시험이 없지만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학원을 안 다닐 수가 없다”며 “대부분의 친구가 시험과 상관없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연 양도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 가면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동안 못 배운 것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학원을 다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단체 속도 조절 요청 = 학부모들도 자유학기제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2016년 전면 실시는 무리라는 것이다. 황 부총리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등 8개 학부모단체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체험활동을 하는 좋은 제도”라면서도 “아직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전면 시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냐”며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자유학기제가 직업체험 위주로만 운영됐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적용하면 효과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황 부총리는 “올 한해가 정부 정책의 성패가 나오는 분수령이라고 생각하면 교육부는 교육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학부모단체의 협조를 당부했다.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공간에 대한 지역적 불균형도 문제다. 대도시에서는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지만 읍·면 단위의 중학교에서는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