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서열화 고착화 우려

수도권 대규모 대학에 비해 비수도권 중소규모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대학구조개혁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를 적용해 전국 4년제 사립대 143개교를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진행한 결과, 최하위 등급인 E(매우 미흡)그룹 중 52.9%(9개교)를 지방대학이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지역 대학은 23.5%에 그쳤다. 연구소는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임교원 확보율 △학생 충원율 △장학금 지원율 △졸업생 취업률 △학사관리 등의 지표를 교육부의 1단계 평가(60점 만점) 중 정량지표(42점)와 대조시켰다. 교육부는 D(미흡)·E 등급에 해당하는 대학에는 큰 폭의 정원 감축을 단행할 예정이다. 모의평가에서는 최상위 A등급을 받는 사립대는 겨우 13개 밖에 안되는 데다 서울 주요대학이 많았다. 규모별로 보면, 하위 D·E 등급 중 입학정원 2000명 이하의 중소규모 대학의 비율이 89.5%(34개교)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결과대로라면 사립대 중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비중이 2014년 41.1%에서 2023년 43.6%로 높아지고, 특히 서울 지역 집중도는 같은 기간 24.6%에서 27.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학정원 3000명 이상 대규모 대학 비중도 2014년 33.1%에서 2023년 34.6%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대규모 대학에만 유리한 구조개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대학구조개혁의 근거를 담은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을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대학구조개혁법 공청회에서 해당 법안은 정원감축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수도권과 지방간의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하고 교육의 질은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법안 중 부실대학 퇴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는 대학 법인이 스스로 폐교를 결정할 때 남은 재산을 지정한 자에게 귀속할 수 있게 한 것인데, 대학 스스로 구조개혁을 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이라는 평가와 사학법인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