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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8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적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부가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대학구조개혁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대학평가지표도 마련됐다. 그러나 대학의 교육·연구 기능을 살리고 수도권·비수도권, 일반대·전문대 간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대학의 지식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학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주요 대학들의 부설 연구소 중 상당수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등 대학의 연구 기능이 떨어져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이 단순히 취업률 등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고, 대학의 교육·연구·사회공헌 기능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름만 있는 유령 연구소=연구소 중 상당수가 교수 연구실에 연구소 이름만 같이 달아두고, 석·박사 학생들이 대학원 연구와 병행해 비상시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조직표나 홈페이지 등에 이름은 있지만 거의 운영조차 안 되는 곳도 많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의 환경 관련 연구소는 주요 연구 내역이 지난 1994년 이후 아예 없었다. 조직은 연구원장을 비롯해 운영위원회, 연구위원회, 자문위원회, 사무국, 4개 연구부, 4개 연구실로 구성돼 있지만 모두 실체가 없다. 1998년 새로운 연구원장이 취임한 이후 원장이나 연구원 인사 내용도 공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유령 연구소’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현재 대학 구조에서는 매년 꾸준히 연구비를 지원받아 유급 연구원을 두고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며, 학술지를 발간하고 국제 행사를 개최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학이 본래의 연구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대학의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문 연구 기능 저하=특히 대학 연구소는 기업이나 공공기업 산하 연구소와 달리 기초학문 연구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유령 연구소는 곧 기초학문의 위기로 직결된다.

현재 주요 19개 대학 부설 연구소 중에서도 인문학이나 기초과학보다는 공학, 산업기술 연구소가 많고 전임연구원 비율도 높았다. 최근 대학구조개혁으로 정원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이 취업률 등이 낮은 기초학문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학과의 축소뿐 아니라 연구기능의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학구조개혁 지표 개선 필요=대학의 주요 기능은 교육과 연구다. 현재 ‘유령 연구소’ 난립 등 대학들의 연구 기능이 크게 취약한 상황이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구조개혁에는 연구역량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지표가 없다.

일반대학을 평가하는 1단계 12개 지표, 2단계 6개 지표에는 △졸업생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 등의 교육 성과 △장학금 등 학생지원 △전임교원 확보율 등 교육 여건 △학교 중장기 발전계획 △교육과정에 대한 지표만 있을 뿐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지표가 없다.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에 대학의 운명이 달린 입장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지표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가 없으면 자연스레 연구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