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준양 前 포스코 회장

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 수사가 포스코그룹 전체로 확대되면서 수사의 칼끝이 정준양(67·얼굴) 전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 전 회장 시절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 등의 개입으로 부실 덩어리 기업들을 비싸게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의혹 등이 수사의 핵심이다. 경기 수원 출신으로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한 정 전 회장은 1975년 공채 8기로 입사 이후 지난해 퇴임 때까지 39년간 포스코에 몸을 담은 정통 철강맨이다. 하지만 2009년 회장직에 취임하면서부터 이명박정부 실세들과 선이 닿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정 전 회장이 재임한 5년간은 포스코 안팎에서 ‘잃어버린 5년’이라고 한다. 취임 전인 2008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7조1739억 원, 영업이익률은 17.2%였지만 퇴임 직전인 2013년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2조9961억 원과 4.8%로 급락했다.

지난해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경기불황과 맞물려 아직 전임 회장의 유산을 다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포스코 직원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철강사’라는 위명에 걸맞지 않게 포스코가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려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일만 신화’의 기틀을 닦은 고 박태준 명예회장 이후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 전 회장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외압 논란에 시달리며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의 인식과 함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줄을 대온 포스코 일부 인사의 행태가 길고 긴 ‘포스코 잔혹사’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