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득 논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며 한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중국을 향해 ‘전략적 모호성’과 같은 희미한 전략을 폐기하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공세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이 과연 한국의 안보와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중국의 답변부터 듣는 것을 시작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주문이다.

중국 측 주장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정면 돌파’ 전략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사드가 방어용 무기이자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임을 알면서도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켜 한국을 좀 더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현재까지 전개된 국면은 한국이 중국의 ‘사드 압박 게임’에 말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시간을 끌수록 압박의 강도만 더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주재우(중국어학) 경희대 교수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한국에 압박을 가해 미국의 사드 배치 의사를 저지시키려는 미·중 간의 이이제이(以夷制夷·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어한다는 의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 교수는 “중국은 사드 논란을 부추기면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물론, 중국을 의식한 나머지 논쟁이 결국 사대주의적으로 변질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정 간섭’ 논란까지 일으키며 주장하고 있는 사드 반대 논리의 허점도 적지 않다. 우선 한반도 배치 사드는 중국 미사일 요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고 가정해도 그 경로가 시베리아·북극해를 경유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요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드와 연동되는 고성능 X밴드 레이더(AN/TPY-2)도 유효 탐지거리는 1000㎞ 이하라는 점에서 중국 군사동향 감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레이더 탐지 방향을 중국이 아닌 북한 쪽으로 고정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대중 설득의 포인트다.

사드가 북핵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 체계도 철수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미·일 3국이 지난해 말 체결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도 중국의 견제를 의식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국한된다는 점을 명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