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학계와 산업계가 한미원자력협정에 반영되기를 요구하는 핵심 내용은 연구·개발의 자율성 확보와 원전수출 과정에서의 사전승인 절차 완화 등이다.

학계에선 우선 이번 협정을 통해 사용 후 핵연료의 연구개발 및 한·미 공동연구 진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주호(원자력공학) 경희대 교수는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원자력 연구에 있어 향후 50년간 맞닥뜨릴 문제는 핵연료의 수송과 저장”이라며 “연구를 하기 위해선 핵연료의 자율적인 저장·수송과 이 과정에서 데이터 생산 작업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21개 원자력 발전소에서 18가지 핵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의 발전소에서 핵연료를 연구소로 옮긴 후 실험을 진행하는 데 통상 400번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협정으로는 400번의 단계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극소량의 핵 물질을 시료로 채취하고, 밀폐용기로 옮기고, 보관하는 순간마다 미국의 허락을 받는 구조다. 학계로선 핵연료의 수송과 저장에 대한 자율성 확보를 통한 연구진행의 간소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물론 지난 2000년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우라늄 0.2g을 분리 실험해 농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등 국제사회의 감시는 학계가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이에 더해 핵연료 사용 및 개발에 있어서는 수출국·원천기술 보유국의 통제가 따른다. 황 교수는 “우리가 아무리 핵연료의 평화적 연구를 강조해도 불신을 받은 전례가 있다”며 “핵연료 사용을 ‘주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장래로 받아들이면서 연구 자율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연료의 수송과 저장 외에도 한·미 공동연구 중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활용) 개발에 있어 학계는 정부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원소 추출 이전 단계까지 권한을 확보하는 것을 협정에 넣기를 요구하고 있다. 핵물질 추출은 자칫 핵무기 개발로 의심받을 수 있지만 이전 단계까지의 연구는 방사성 물질의 부피를 줄여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경우 원전 수출 시 미국의 사전 승인을 간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현재는 미국이 한국의 원전 기술 중 상당수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 통제를 가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경우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의 사전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이희용 한국전력공사 원전수출본부장은 이날 “원전 기술은 일종의 파생개념으로 수입국은 수출국뿐 아니라 원천기술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된다”며 “원전 기술과 핵심 부품을 수출하는 데 있어 미국의 사전 승인이 까다로워 재수출할 때도 제약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이번 협정에서 수출 통제에 관한 사안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이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처음 수출한 이후 아직까지 추가 수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합종연횡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