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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정부의 궁극적 목표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모범 회원국으로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와 실리를 찾아오는 것으로 요약된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 원자력의 위상에 걸맞은 권한을 가져오겠다는 의미다.

타결이 임박한 새 협정문에는 원자력 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과 핵 비확산 정책을 고수하는 미국의 입장이 절충된 것으로 13일 전해지고 있다.

정부협상팀은 공학(工學)과 외교술이 복잡다단하게 얽힌 협상에서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기는 ‘묘안 ’ 찾기에 주력해왔다.

양국이 이날도 최종 문구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는 새 협정문은 주요 내용을 24개 조항 정도로 정리한 본문과 연구·개발 및 원자력산업 협력에 관한 내용을 담은 부속서 2개 정도로 구성된다.

핵심 관심 사항인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와 관련해 새 협정문에는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농축·재처리 불허) 조항은 포함되지 않고 현재의 협정문과 같이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한다’(미국의 사전 동의 의미)는 표현도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사용 후 핵연료의 형상을 변경하려면 핵확산 우려가 없다는 점이 충족돼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미 간 협의에 따라 비확산 차원에서 문제가 없을 때는 미국이 한국의 형상 변경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한·미 양국은 부속서에서 한국의 입장에서 시급한 일부 연구·개발 과제가 이미 이런 조건을 충족했다는 점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협상의 3대 목표로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을 시종일관 꼽아왔다. 23기에 달하는 국내 원전에 필요한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찾고 대책 없이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이자 관심 사안인 농축·재처리 권한도 결국은 이 같은 협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가 원전수출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렛대 역할로 국한시킨 정부의 협상 전략에 대해서는 미래를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했다는 비판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원전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 새 협정에는 농축도 재처리와 마찬가지로 ‘한·미 간 협의 대상’에 포함되는 식으로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협정에는 농축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한·미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활용) 분야에서 한국이 자율적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등의 안전 조치를 한 차폐시설(핫셀)에서 진행한 뒤 한국이 그 결과를 미국에 사후 통보하는 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식은 사용 후 핵연료의 형상 변경에 대해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협정보다 자율성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핵폐기물 저장고 문제는 이번 협정과 무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핵폐기물 중간 저장과 부지 문제는 결국 국내문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경우 사용 후 재처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핵연료 저장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재처리를 하더라도 일단 사용한 핵연료뿐만 아니라 재처리 후 사용된 물질에 대한 저장고가 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전 연료 확보와 관련해서는 현재 안정적인 시장이 변화를 겪더라도 연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농축 우라늄의 경우 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을 두되 만일에 대비해 시장변동 상황을 연계해 놓을 필요성 때문이다.

또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국 원자력 업계 간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한국의 원전 수출과 관련된 민감한 설비의 반출 절차를 개선하는 내용 등도 협정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 협정의 유효기간은 미국의 관례에 따라 30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협정은 내년 3월 만료되며 새 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우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 2010년 10월부터 개정협상을 시작한 한·미 양국은 초기 이견이 너무 커 2013년 4월 현행 협정의 만기를 2년 연기한 바 있다. 당시 2년 연장안을 발효하는 데 11개월 정도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은 조만간 협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공동발표할 예정이다. 양국이 조만간 본협상을 열고 새 협정에 가서명하면 4년 반 만에 마무리를 짓게 된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원자력 협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로드맵을 설명하고 협상의 3대 목표를 세운 근거와 향후 효과 등을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