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원천기술 = 돈·권력”
‘주권’ 아닌 ‘경제적’접근을

연구개발 늘려 기술 확보땐
통제권 가지며 原電선진국

한·미 양국이 막바지 협상 중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주권’ 개념이 아니라 ‘경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확산 추세라는 엄중한 현실에 무모하게 도전하기보다는, ‘원천기술 확보’라는 실익 극대화의 경제논리가 국익에 더 유리하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허권을 통해 상대국의 이용범위를 제한하는 등 통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1945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핵 및 원자력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6000조 원을 쏟아부은 미국에 비해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80조여 원을 투입한 한국으로서는 원전 원천기술 확보·개발을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게 협상 목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988년 미국으로부터 포괄적 사전동의를 허용받아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고 있는 일본이 관련 시설 및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한 비용도 1000조 원이 넘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한미원자력협정은 한국이 원자력 관련 선진기술을 보유하고도 국제사회의 비확산 추구에 가장 앞장서고 있으며, 동시에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원칙 아래 한·미가 공동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활용)’ 연구결과를 최대한 협정에 반영,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4∼5개 정도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이 부분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원천기술=돈·권력’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은 일종의 특허권으로,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을 전수한 국가는 상대국에 사전승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국제적 관행이다. 새 협정은 일방적 통제에 의한 국가권력 간 관계가 아니라 상호동의에 의한 쌍방향 통제구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황주호(원자력공학) 경희대 교수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우리도 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원천기술 개발이 원전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