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블로거와 동영상 사이트의 개인 홈페이지가 음란물 유포 통로로 활용되는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내린 음란물 접속 차단 건수가 3년 사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체 수단이 다양해지는 데다 차단 자체가 실효성이 거의 없어 보다 근본적인 음란물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6일 방심위에 따르면 차단 음란물 가운데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는 지난 2012년 5600건, 2013년 1만7608건, 2014년 3만7817건으로 3년 새 5.75배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온라인에서 음란물이 삭제된 것은 2012년 5481건, 2013년 4767건, 2014년 6193건으로 같은 기간 0.13배밖에 증가하지 않은 점을 보면 국내에 유통되는 음란물 가운데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단속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 유포되는 음란물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불법 페이지에 대한 시정 조치 권한을 갖고 있는 방심위의 모니터링 직원은 2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음란물 페이지가 담긴 링크 주소를 퍼 나르는 경우 처벌이 애매하다는 점도 음란물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 사이트나 페이지를 개설한 사람이 주소를 유포하면 처벌받겠지만 단순히 링크만 옮기는 것으로는 처벌이 힘들다”고 말했다. 사이버범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국이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사이트와 손잡고 블로그 페이지에서 음란물을 줄인 것처럼 해외 사이트와 직접 협약을 맺어 음란물에 대한 자체 필터링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