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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대북(對北)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한·미(韓美) 간의 입장 차이가 심상찮아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말 통일준비위원회의 대북 고위급회담 제의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조건 없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반도의 남과 북 사이에 대화의 기류가 갑자기 크게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건너 미국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전혀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첫 업무를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13일의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대북 강경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인권 탄압, 소니픽처스 해킹 등을 열거하며 강력한 금융 제재를 포함한 대북 강경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보도 강경한 대북정책을 천명했다.

한·미 동맹국 사이에 왜 이런 엇박자가 나오는 것일까. 우선, 미국의 대북 강경책은 쉽게 설명이 되고 예상됐다. 지난해 국제적으로 관심이 고조된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핵·미사일 문제에 더해져 북한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여기에다 지난 연말 터진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마저 북한 당국이 주도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규정되면서 미국의 대북 반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또 지난해 11월 초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 것도 이런 분위기 전환에 기여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을 방치한 것이 북한의 위협을 증대시켰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이러한 대북 강경 분위기는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왜 지난 연말부터 남북대화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북한이 남북대화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쉽게 설명이 된다. 혈맹인 중국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국제적 고립무원의 신세를 탈피하기 위한 돌파구를 남북대화에서 찾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경제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외부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한국의 협력은 매우 절실하다.

그런데 남북대화를 위한 최근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물론 당위론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당연히 남북대화를 해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한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철도나 가스관을 건설하고 두만강 하구 지역의 국제도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남북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나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소재들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심각한 인권 탄압과 무모한 사이버 공격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한층 더 강화될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추진하려면 국제적으로 심각하게 거론되는 이런 문제들을 의제로 삼아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가 없으면 정부의 대북 프로젝트 역시 성공할 수 없다.

남북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한·미 간의 엇박자가 아니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