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작은 하운드투스 체크(사냥개 이빨처럼 보이는 무늬) 재킷이 셔츠의 잔꽃무늬와 조화를 이룬다. 흰 바지의 청량감이 배가된다. 재킷은 양면 모두 활용 가능한 리넨 소재.

흰 바지는 부담스럽고, 반바지는 격이 떨어진다?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편견이다. 누군가 소위 ‘빽바지’를 입고 나타나면 “멋쟁이네”하고 치켜세우면서도 ‘남부끄럽게’란 생각이 동시에 드는 것도 사실. 그러나 휴가철이나 주말에만 꺼내 입던 흰 바지와 반바지가 출근길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쿨 비즈 룩(cool biz look)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 쿨 비즈는 ‘시원하다(cool)’는 뜻과 ‘업무(business)’를 연결한 신조어로 여름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함으로써 냉방 에너지를 절약하는 운동이다.

수년 전부터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쿨 비즈 룩이 권장되면서, 업체마다 냉감소재를 활용해 보다 시원하고 가벼운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반바지를 활용한 스타일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아예 ‘반바지 슈트(정장)’를 출시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올 S/S(봄·여름) 컬렉션 쇼에서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알렉산더 맥퀸 등이 회사에서 입어도 손색없을 만큼 정중한 느낌의 반바지 슈트를 선보였다.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부터 무릎과 허벅지 중간에 오거나 7분 등 그 종류가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지성민 삼성에버랜드패션 과장은 “여름엔 흰 바지와 반바지만한 게 없다”며 “시작이 어렵지, 한번 입기 시작하면 벗기가 더 힘들 만큼 매력적인 아이템이다”고 말했다. 지 과장의 예찬론에 이지영 빨질레리 디자인 책임이 힘을 실어줬다. 이 책임은 “무더운 여름 벗는 것만큼 확실한 게 있겠느냐”면서 “반바지를 입으면 체온을 낮출 수 있고, 땀의 배출이 적으면 착용감과 활동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사무실에서도 산뜻한 근무가 가능한 것.

이때 가능하면 ‘격이 떨어지지 않게’ 입어 반바지의 오랜 설움을 풀어주자. 너무 캐주얼해 보이지 않도록 통이 넓은 제품이나 아웃포켓(바깥주머니) 등 장식이 있는 스타일은 피하는 게 좋다. 이 책임은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고르되, 무릎이 살짝 보이거나 무릎 바로 위에 바짓단이 오는 기장이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흰색, 파랑, 감색 등의 단색 반바지 위에 잔체크 셔츠 등을 입으면 깔끔한 출근복이 완성된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한번 더 용기를 내어보자. ‘패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되돌아갈 수는 없다. 흰 바지는 시각적인 효과도 뛰어나다. 화이트 컬러의 환한 명도 덕에 보는이도 시원하다. 흰 바지는 반바지보다 의외로 코디가 쉽다. 여름철에 손이 많이 가는 파랑, 감색 등 어떠한 컬러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 이 책임은 “흰색 바지는 체형에 따라 하체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몸에 딱 맞고 너무 얇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흰 바지와 반바지로 출근 복장을 스타일링할 때에는 상의는 가능하면 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두 아이템 모두 가벼운 느낌이 강해서 셔츠나 재킷을 체크무늬로 선택해 점잖은 분위기를 내는 게 관건. 이보다 격식을 갖춰야 한다면, 재킷 왼쪽 가슴 주머니에 행커치프(손수건)를 꽂는다. 한 번 꽂으면 빼기 어려운 ‘마성’의 액세서리이다. 이때 상의는 리넨(linen·마직류)과 시어서커(seersucker·오글오글한 주름이 있는 면직물) 등으로 고른다. 여름에도 ‘강한’ 남자의 상식이다.

＜의상·촬영협조 = 빨질레리 삼성패션 강남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반바지의 가벼움을 상쇄시키는 고급스러운 로열블루 컬러의 시어서커 재킷. 큼지막한 체크무늬 셔츠가 겉옷의 잔체크와 대비를 이뤄 지루하지 않다. 사진은 지성민 삼성에버랜드패션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