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돼지 유행성설사병(PED)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돼 생산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과 농협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돼지 유행성설사병은 국내에서 2013년 11월 발생한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경북·경기·충북·충남·전남·전북·제주 등 84개 양돈농장에서 2만3559마리의 돼지가 감염증상을 나타냈다. 돼지 유행성설사병은 생후 1주일 미만의 새끼돼지에서 폐사율이 매우 높고 재발률이 높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발병하면 설사와 구토증상을 보인다.

현재 유럽을 제외한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도 돼지 유행성설사병이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돼지 유행성설사병이 발생한 이후 지난 5월 15일 현재 아이오와 등 29개 주에서 6617건의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중국은 2010년 이후 돼지 유행성설사병이 대규모로 유행, 100만 마리 이상의 새끼돼지가 폐사했다. 특히 2011년 2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하이난(海南)성의 경우 177농가를 조사한 결과, 80%에 육박하는 141농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법정 제3종 가축 전염병인 돼지 유행성설사병의 바이러스는 무더운 여름에는 잠시 잠복기에 접어들지만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재발,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돼지 유행성설사병 바이러스는 날씨가 서늘해지면 활성화하는데 이 시기가 돼지똥을 섞어 만든 퇴비를 농경지에 본격적으로 살포하는 가을, 겨울철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돼지 유행성설사병의 전파는 오염된 돼지의 분변 이동과 관련이 많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안상돈 농협 축산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돼지 유행성설사병 바이러스는 온도가 올라가면 소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가을에 유행성설사병이 재발해 대유행처럼 번지게 되면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