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랑할 자유를.”

이란 최고의 여가수 구구쉬(64)가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동성애 문제를 다룬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보수적인 이란 사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가디언, 글로벌포스트 등은 이란에서 ‘팝의 여왕’으로 불리는 가수 겸 배우 구구쉬가 자신의 신곡 ‘베헤쉬트(천국)’를 발표하면서 페이스북으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14일 공개된 구구쉬의 뮤직비디오에는 이란에서 금기하다시피 하는 동성애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젊은 여주인공은 애인을 향해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지만 상대방의 모습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여주인공의 애인은 짧은 커트 머리의 여성으로, 이들 앞에서 구구쉬는 “사랑하기를 멈추라고 얘기하지 마. 넌 그럴 수 없고, 나도 그럴 수 없어”라고 노래한다. 뮤직비디오가 끝난 후 화면에는 “누구에게나 사랑할 자유를”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철저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동성애는 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취급받는 것은 물론 현행법에 의해서도 금지돼 있다. 이란에서 동성애자들은 주위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하거나 해외 망명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사법당국에 적발될 경우 징역형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구구쉬의 뮤직비디오가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나비드 아카반은 대중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였다며 “온라인에 올라온 글들을 읽거나 이란 내 동성애자 공동체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나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2월 말 현재 구구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뮤직비디오 관련 포스팅에는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상태다.

반면 강경 보수 성향의 이란 언론과 웹사이트들은 구구쉬를 향한 비난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란 엥게랍 뉴스는 뮤직비디오가 이란 사회에 퇴폐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제작됐다고 비난했고 카바르 온라인판은 외설적인 뮤직비디오는 소름끼치는 행위들을 퍼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국적의 레즈비언이자 인권운동가로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인 샤디 아민은 “이미 구구쉬의 뮤직비디오는 이란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큰 논란을 촉발시켰다”며 “뮤직비디오가 공개됨으로써 엄청난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분명 이는 수많은 이란인들의 침묵을 깼다”고 평가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