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4 문화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을 진행 중인 문학평론가 서영채 씨.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탄탄한 기본을 갖추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골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다음 세 편이었다. 최종환 씨의 ‘상부상조의 시학:2010년대 이성복, 김승일 시에 나타난 메시아’, 김유석 씨의 ‘도저한 부정, 부정의 혁명’, 조윤정 씨의 ‘어른의 동심’.

최종환 씨는 일단 테마를 포착해내는 능력이 좋아 보였고, 시 읽기도 공감을 끌어낼 만했으나, 두 시인의 비중이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구성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동시대인들의 절망과 시에 나타나는 메시아주의라는 테마라면 좀 더 폭넓은 시야와 대상 선택이 있어야 했다. 김유석 씨의 응모작은 잘 씌어진 김사과론이었다. 등단 후 이미 8년이 지나며 상당한 볼륨을 지닌 김사과의 세계를, 최근의 장편까지 포함하여 설득력 있게 제시해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김사과는 물론 매우 중요한 작가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이나 작가에 대한 이런 정도의 이야기로는 부족해 보였다. 뭔가 그 너머에 대한 것이, 단지 한 중요한 작가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그 논의를 통해 발언하고자 하는 무언가 좀 더 강력한 힘이 있어야 했다.

조윤정 씨의 응모작은 미성년 주인공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섯 작가의 단편에 관한 평문이었다. 그가 이 글을 통해 펼쳐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소설들이 미성년의 마음을 통해 성인들의 얼룩진 마음을 읽어내고 있다는 생각은 새롭거나 별스럽지 않다. 내가 이 글에서 높이 샀던 것은 조윤정 씨가 다섯 작가의 작품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평이한 어조의 조근조근한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깊은 생각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문제의식의 예각성이 부족했고 논점의 분명함이 덜했다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결국 조윤정 씨의 손을 들어준 것은 동시대 문학을 넓은 시야로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사람의 모습이 그의 글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약점을 잘 보완하여 좋은 글을 쓰는 평론가로 성장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서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