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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가 묻은 노트북 자판을 만지작거린다. 글을 쓰지 않을 때에도 멍하니 손가락만은 올려놓곤 했던 자판이다. 처음 단편소설을 썼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날은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있었고, 나는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카페에서 오들오들 떨며 마지막 문장까지 써내려갔다. 에어컨 때문이었는지 온몸을 떨며 자판을 쳤고, 햇볕이 쨍한 바깥을 내다보다가도 지금 일어서면 소설이 망가질 것만 같아 추위에 덜덜, 글자를, 문장을, 언 손가락으로 조금씩 썼다.

소설은 완성됐고, 나는 여름감기에 걸렸고, 그 소설은 이후 버려졌다. 그때 묻은 손자국이 바로 이 노트북 자판 어디엔가 남아있을 것이다. 지금도 소설을 완성해갈 때면 습관처럼 몸이 떨린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떨림이다. 나를 몹시 떨게 했던 불면의 밤들, 울음과 상처들, 아주 잠깐의 즐거움, 모두 꼭꼭 눌러 담고 싶다.

걱정해주신 엄마, 아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 걱정의 뒷면은 저에 대한 믿음이었다는 걸 잘 알아요. 군에 있어 만나지 못했지만 글에 대한 고민을 나눠준 동생도 고맙습니다. 함께 글을 쓰고 술을 마셔준 필담 학회원들, 그대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유성아, 네가 있어서 글을 쓸 수 있었어. 온 마음으로 고마워. 가끔씩 학회에 들러주셨던 천정환 선생님, 흔쾌히 글을 봐주신 장인수 선생님, 따뜻하게 조언해 주신 허준행 선배님, 감사합니다. 저를 아프게 했던, 결국엔 성장하게 했던 여러 선생님들, 동기들, 모두 고맙습니다. 다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말은 천천히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두 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드립니다. 글을 뽑으며 저에게 바라셨을 것들을 언제나 생각하겠습니다. 가장 작고 하찮은 것들을 보듬을 수 있는 글, 따뜻한 시선으로 녹여낸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1989년 경기 안성 출생
▲ 성균관대 국문과 4학년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