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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표는 우리 회사가 망하는 것입니다. 왜곡된 여행 문화가 사라지면 공정여행을 따로 표방할 필요가 없게 되고 우리 회사도 자연스레 고객이 없어질 테니까요.”

26일 대전 중구 대흥동 사무실에서 만난 고두환(29·사진) 공감만세 대표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망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대답했다. 고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너무 억눌린 삶을 살다보니 여행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가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욕망을 분출하는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며 “저가 패키지 관광이나 원정 성매매, 무차별 쇼핑, 동물학대 등 왜곡된 여행 문화를 공정여행이 대체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사회 변혁을 꿈꾸며 지방 국립대 학보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대학을 중퇴했다. 결혼을 앞둔 여자 친구가 있다는 이 총각 사장은 학업을 그만둔 뒤 필리핀, 태국, 독일 등에서 장기체류하면서 방송사 통신원, 국제기구 자원봉사자 등으로 활동했다. 다양한 해외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어글리 코리안’의 추태와 2만 명에 달하는 코피노(한국인 아버지가 버린 필리핀 미혼 여성의 아이들)의 실태 등을 보면서 사회문제를 풀 수 있는 비즈니스로 공정여행 사업을 꿈꾸게 됐다.

“아무리 관광산업이 발전해도 이익의 대부분은 대자본이 차지합니다. 현지인들은 소외되고 결국 내쫓기게 됩니다. 소비에 만족감을 느끼는 장치를 여행 과정에서 걷어내고 관계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 합니다. 배움과 영감을 찾을 수 있고 몸이 고단해도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여행, ‘가는 여행’이 아닌 ‘하는 여행’이 공감만세의 모토입니다.”

고 대표는 “그렇다고 너무 의식과잉으로 가서 프로그램이 무거우면 상품이 안 팔린다”며 “역량 있는 공정여행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해 이 같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자본 선도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공모사업 지원도 활발한 편”이라며 “앞으로는 문화 콘텐츠, 도시농업, 도심 양봉 등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을 토건형이 아닌 문화에 기반을 둔 형태로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