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체육과학연구원의 박세정(왼쪽) 연구원이 ‘척추 안정화 시스템’으로 선수를 측정하고 있다. KISS 제공

한국 엘리트 체육이 세계 10대 강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데는 스포츠과학 전문 ‘도우미’들의 역할이 컸다. 바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연구원들이다. KISS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심리학, 생리학, 역학 전공자로 이뤄진 18명의 연구원이 하계와 동계 종목을 나누어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활동은 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직결된다.

체조 양학선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KISS의 과학 장비 활용의 결과물이다. 체조를 맡은 송주호 박사는 양학선의 경기 장면을 역학적으로 분석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송 박사는 코치진과 협력해 신기술 개발에 나서 지난해 4월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최고점인 난도 7.40의 ‘YANG Hak Seon’ 기술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영상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기술의 세부 동작을 다듬었고, 결국 양학선은 한국체조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과거에는 혹독한 ‘지옥훈련’과 감독의 ‘감’으로 선수를 지도했다면 이제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데이터’와 ‘노하우’로 선수를 지도한다. 대표적 헝그리 종목인 복싱도 KISS의 도움을 받아 국제무대에서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복싱 담당 김광준 박사가 개발한 새로운 훈련 방법은 2인 1조로 허리에 튜브를 걸고 등진 채 섀도 복싱을 하는 것.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이 같은 훈련 결과 선수들의 근력은 13∼25% 향상됐고, 훅·스트레이트·어퍼컷의 펀치력도 평균 27% 강해졌다.

런던올림픽 당시 연구원 연구실장을 맡은 성봉주 박사는 “우리의 스포츠 과학 수준은 결국 선수들의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연구진과 경기 지도자 그리고 선수들과의 유대가 강한 것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현장경험과 과학이론이 합쳐진 결과다.

성 박사는 “연구원에서는 ‘연구원을 가장 많이 드나든 감독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배출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스포츠 과학의 효과를 전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종합순위 5위에 오른 한국 동계종목은 한국 스포츠가 하이테크형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장비제작부터 체계적이다. 스케이트의 경우 선수의 체격에 맞춰 그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일일이 따로 제작된다. 경기복 또한 맞춤 제작이 이뤄진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여제’ 이상화(24)는 사전에 본인의 팔동작과 버릇이 일일이 체크돼 경기복 제작에 반영된다.

장비뿐 아니라 훈련에서도 하이테크 과학은 이어진다. 첨단장비로 선수들의 능력을 치밀하게 분석해 맞춤 훈련 프로그램이 짜여진다.

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쇼트트랙이나 역도 훈련을 시키며 근력이나 유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 이 같은 훈련법은 캐나다 등 과거의 빙상 선진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과감한 투자도 일조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 내 빙상장을 새로 정비하는 등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빙상사업에 지원해왔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