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에 모처럼 친척들을 만난 김금섭(43)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중학생 아들의 모바일 중독 현상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친척들이 모여 차례 지내는 자리에서도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타이르는 김 씨에게 아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반발하기 일쑤다.

아들 김모(14) 군은 답답하다.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김 군은 스마트폰 구입 후 돌파구를 찾은 듯했다. 모바일 메신저로 수시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친구도 늘었다.

하지만 김 군은 모바일 세상의 대화에 뒤처질까봐 항상 두렵다. 한 친구가 공부 때문에 채팅방에 잘 나타나지 않자 친구들이 ‘배신자’라며 따돌리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스마트폰 하나로 못하는 게 없는 ‘스마트’ 시대가 도래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만 늘어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스마트 기기가 실제로는 세대 간, 직업 간, 또래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사회적 병리 현상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스마트 디바이드’로 불리는 부작용으로는 세대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무선인터넷 평균 이용률은 87%에 달했지만 20대는 99%를 넘은 반면 50대는 58%로 이용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족 간 대화 단절 외에도 세대 간 괴리감 등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이용자와 비이용자 간 정보 격차는 학력별, 직업별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지난해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무선인터넷 이용률은 96%지만 고졸 이하는 74%로 차이가 났다. 사무직과 생산직의 이용률도 각각 98%와 70%로 큰 차이가 났다.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젊은 층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마트 피어(Smart Peer)’라 불리는 모바일 집단이 유대감보다 따돌림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 문병민(31) 씨는 “카카오톡으로 속한 그룹만 학교동창, 직장동기 등 4곳”이라며 “실시간 대화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카따(카카오톡 왕따)’가 될 수 있어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는 여고생이 카카오톡으로 집단적인 욕설을 듣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