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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갈등과 대립이 역사 교육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각 교과서의 오류를 따지는 것보다 올바른 시각과 능력을 갖춘 집필자와 집필 준거안 개발자 선별에 대해 논의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정재정(62·국사학) 서울시립대 교수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학계 좌우갈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의 논쟁이 장기적으로 교과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첨예한 논쟁이 끝나면, 집필자들은 자료 등을 보다 꼼꼼하게 검토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역사관도 벗어나려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과서는 역사를 넓고 크게 볼 수 있는 ‘21세기형 역사관’을 담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2009∼2012년)과 국사편찬위원을 역임한 정 교수를 지난 17일 서울시립대 인문관에서 만났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일본도 과거사 관련 망언 등 역사인식 퇴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학계가 좌우갈등을 할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교과서를 두고 첨예하게 논의하는 건 괜찮다고 봅니다. 그만큼 역사에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니까요. 물론 과정도 중요하지요. 편을 나누고 각 진영의 논리에 빠지는 건 위험해요. 역사 교육 전체를 생각해야 합니다.”

―역사학계의 갈등이 좌우를 막론하고 민족주의에 몰입한 탓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또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인식이 그들보다 뒤떨어졌다고 폄하하는 건 잘못된 거죠. 한국이 금융위기 겪을 때 일본이나 중국이 도와줬나요? 앞으로도 바뀌진 않을 겁니다. 동아시아는 호시탐탐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인 형세입니다. 이럴 때 민족주의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또, 분단된 지 50년이 넘으면서 남북의 이질감이 매우 커요. 내세울 건 ‘같은 민족’뿐입니다. 따라서 역사 기술에 있어서 민족주의는 중요한 뼈대임에 틀림없어요. 다만 이를 유연하고 세련되게 교과서에 녹여낼 필요가 있는 거죠.”

―교과서 논쟁이 좌우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건 무엇입니까.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진 책이에요. 집필 준거안이 있기 때문에 역사학자가 마음대로 쓸 수 없어요. 사실 오류, 역사관 등을 문제삼아 논쟁하는 것보다 집필 준거안에 맞게 썼느냐, 기준이 어떠했냐를 보는 게 맞습니다.”

―8종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건 그 준거안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건데, 그럼에도 문제가 커진 이유는 뭔가요.

“준거안은 큰 골격만 정한 것이라서 집필자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교과서 논쟁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어요.”

글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