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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찬/서울예술대 교수, 前 영유아교육학회 부회장

경찰에 적발된 어린이집의 비리(非理) 내용을 보면, 시장에서 버려진 배추 시래기를 주워와 된장국을 끓여 아이들에게 먹이고, 유통기간이 지난 생닭을 사용하다가 이를 알고 항의하는 조리사를 해고했다. 어느 어린이집 원장은 시설을 여러 곳에 운영하며 2억2700만 원이나 횡령했다. 기가 막힌다. 어린이집 비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이를 개탄하며 어린이집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어린이집 비리를 성토(聲討)하기에 앞서 자질이 없는 사람에게 원장 자격을 주고, 보육교사 자격을 주고 있는 현행 제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 보육교사 양성 제도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보육교사를 ‘대학에서 보육 관련 교과목과 학점을 이수하고 전문학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사람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시·도지사가 지정한 교육훈련 시설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시·도지사가 지정한 교육훈련 시설’과 ‘소정의 교육과정’에 있다.

경남 김해 지역의 한 보육교사교육원(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은 돈을 받고 허위로 수료증을 발급하다가 적발됐다. 전자(前者)가 악용된 사례다. 허위 수료증만 갖고도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노릇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보육교사의 자격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후자(後者)에는 ‘무시험으로 쉽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육교사는 ‘전문직’이라 할 수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전문인으로서의 사명감과 고도의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이런 자질은 철저하게 검증된 교육과정을 통해서 길러진다.

그런데 보육교사는 너무 쉽게 양성된다. 인터넷 강의로 1년 만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이렇게 쉽게 자격증을 취득하다 보니 아동학대와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정의 교육과정’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보육교사 양성 문제와 함께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게 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이다. 현행 법규에서는 ‘보육환경, 보육과정 운영 및 보육인력의 전문성 등을 평가해 평가인증을 실시할 수 있다’며 평가인증을 선택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선택 사항이 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의무사항이 돼야 한다. 평가인증을 의무화함으로써 국가가 어린이집의 질 관리를 ‘직접’ 해야 한다. 평가인증만 의무화해도 지금 같은 어린이집 비리와 부조리, 아동학대 등은 어느 정도 추방할 수 있다.

또 하나, 어린이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교육과 보육을 ‘통합’해야 한다. 현재 보육(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교육(유치원)은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다. 관련 법령인 영유아보육법은 보건복지부, 유아교육법은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다. 어린이를 놓고서 2개의 정부 부처가 해마다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이원화된 정부 정책에서는 틈새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 틈새를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세력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어린이들은 가장 좋은 시설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에게서 가장 좋은 교육을 받으며 가장 행복하게 자라야 한다. 교육과 보육의 통합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무상보육의 전면 시행을 계기로 무자격 원장과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어린이집 비리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집 비리는 제도적 보완이 수반되지 않는 한 근절하기 어렵다. 어린이집의 재정과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비리가 틈입할 여지를 없애는 것도 한 방안이다.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