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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은 대학 1학년, 작은아들은 고교 2학년. 결혼생활 20년 차. 이쯤 되면 펑퍼짐한 아줌마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주원(사진) 씨에게선 나이,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나이는 마흔이지만 그의 몸과 얼굴은 스물을 갓 넘긴 것처럼 싱싱하다. 게다가 순수 자연산(?)이다. 그래서 그의 젊음은 더욱 빛이 난다.

지난주 열린 미즈코리아 선발대회에서 1위(키 163㎝ 이하)를 차지한 오주원 씨는 4년 전만 해도 ‘보통’ 아줌마였다.

20일 서울 중구 충무로 보디빌딩 코치 아카데미에서 만난 오 씨는 “다른 엄마들처럼 불어난 뱃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에 등록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운동을 시작한 뒤 예뻐졌다는 칭찬을 자주 받았고 그때마다 ‘더 예뻐져야겠다’라고 다짐하며 바벨과 씨름했다”고 말했다.

살 빼는 재미를 넘어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활체육 3급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 전문 트레이너가 됐고 내친김에 선수로 데뷔했다.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난관은 가족이었다. 오 씨는 “남편과 아들 둘 모두 ‘정신 나갔냐’, ‘좀 조용히 살자’면서 대회 참가를 반대했다”며 “아무래도 노출이 많다 보니 신경이 쓰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오 씨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오 씨는 시험 삼아 도전한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덜컥 1위를 차지했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은 집의 남자 셋 모두 오 씨의 열렬한 후원자를 자처한다.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이젠 공인이니 좋은 말씀만 하셔야죠”라며 응석을 부리기도 한단다.

오 씨의 전공은 보디피트니스.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절제된 근육미와 섹시미의 조화를 추구하는 종목이다. 몸이 달라지면서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 옷차림이 과감해졌고, 거리를 오갈 때마다 쏟아지는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여유도 생겼다. 오 씨는 “특별한 게 없던 내가 이렇게 변했다”며 “덕분에 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자연스레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 트레이너, 국가대표. 1인3역이 버거울 만하건만 오 씨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오 씨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이 찾아왔기에 너무너무 행복하다”며 “세계선수권대회 무대에서 내가 가꾼 몸을 활짝 펼쳐 보이는 게 다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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