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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 / 리처드 코치·그렉 록우드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왜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왜 어떤 사람은 실패할까.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전통적으론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척도라고 굳게 믿었다. 성공한 이들은 각고의 자기연마, 투자 등을 통해 남보다 빨리 높은 역량을 키워왔으며 실패한 이들은 노력이 부족했거나 한때의 성공에 도취돼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추는 데 게을리했다는 얘기들이다. 과연 그럴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은 성공의 중대 변수가 아니다.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모두 결단력이 있고 부지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런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도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부의 편중 현상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요인이 성공을 결정지을까. 바로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돈이나 명예 혹은 이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얻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네트워크에 더 전략적인 차원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낯선 사람 효과’는 네트워크의 위력과 ‘약한 연결’의 중요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강조한다. 파레토의 ‘80/20 법칙’을 같은 이름의 자기계발서로 풀어썼던 베스트셀러 저자 리처드 코치와 네트워크 비즈니스 전문 투자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그렉 록우드가 함께 만들었다. 저자들이 말하는 네트워크란 ‘상호 연결된 사람들의 집합 또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목표를 협력을 통해 성취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책은 특히 ‘약한 연결’의 가치에 주목한다. ‘약한 연결’이란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얼굴 정도 알고 지내는 관계를 의미한다. 친구의 친구라든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왕래가 잦지 않은 이웃, 과거엔 친밀했지만 이젠 좀 멀어져 뜸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강한 연결’은 가족이나 친구,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 등 각별한 사람들과 맺는 친밀한 관계의 끈을 말한다.

저자들은 ‘강한 연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강한 연결에 의존하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고립감을 더 많이 느끼고,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은 나와 같은 영역 안에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정보는 이미 나도 갖고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영역에 있는 ‘낯선 사람’들로부터는 내 삶에 보탬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처럼 현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기회는 오히려 ‘약한 연결’을 매개로 생겨나기 쉽다. 실제 성공한 사람과 기업들은 이런 ‘약한 연결’을 풍부하게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낯선 사람 효과’란 별로 가깝지 않은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우리가 그간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인맥이야말로 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기회와 정보, 혁신의 가능성을 훨씬 더 많이 제공한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들은 ‘약한 연결’과 함께 네트워크 시대에 놓쳐선 안 될 개념으로 ‘허브(hub)’를 강조한다. 허브는 약한 관계와 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한다. 가족, 기업, 공동체, 교회, 국가 등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협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한다.

저자들은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떤 허브에 들어갈지 또는 지금 속해 있는 허브를 떠나야 할지를 선택하는 일련의 순간들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평생 동안의 성공과 실패는 어떤 허브들을 선택하고, 한 허브에서 다른 허브로 얼마나 유연하게 잘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네트워크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네트워크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운명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지난 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며 “네트워크의 참모습을 이해할 때 자신의 삶을 의지대로 이끌어가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거대한 연결고리를 형성함으로써 근본적인 차원에서 삶을 바꾸는 기술을 터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시대에 그동안 네트워크의 위력이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서적들은 차고 넘쳤다. 넓고 얕은 인맥을 의미하는 ‘약한 연결’의 효용성을 보기 드물게 부각시킨 이 책은 시대의 통찰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혈연·학연·지연과 같은 ‘강한 연결’이 강한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