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석우 카카오 공동 대표이사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카오 사무실에서 카카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 ‘카카오 신드롬(Kakao Syndrome)’이라는 말이 생겼다. ‘카카오톡’과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운영하는 카카오가 하는 일이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카카오에 대한 것이면 모두 뉴스가 되는 시대다. 카카오톡의 국내 가입자가 3600만 명에 달한다고는 하지만, 일개 모바일 메신저 회사가 한국 사회에 이토록 큰 화두(話頭)로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을 붙들고 지난 25일 이석우(46) 카카오 공동 대표이사를 만나러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카오 사무실로 향했다.

#신문기자에서 정보기술(IT) 기업 대표이사로 변신

어느 나라나 정보기술(IT) 업계에는 온갖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같은 IT업계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주립대로 진학, 중국사를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중앙일보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수습 생활을 마치고 국제부로 발령난 이 대표는 2년여의 기자 생활을 한 뒤 공부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 루이스앤드클라크대 법과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법학박사(JD)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이 대표는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 있는 로펌 ‘와이스, 젠슨, 엘리스 & 하워드’에서 세법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이 대표가 IT와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1999년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하면서 한국IBM 사내 변호사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그는 한국IBM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2004년 5월 NHN으로 자리를 옮겼고, 카카오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7년 넘게 NHN에서 경영정책 담당 이사, 미국법인(NHN USA, Inc.) 대표이사, 한게임 대외협력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가 2011년 8월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데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이 대표가 NHN에 근무할 때 사장이었던 김 의장이 카카오를 만든 뒤 이 공동대표에게 “함께 일하자”고 권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카카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11월부터는 이제범 공동 대표이사와 함께 카카오를 이끌고 있다.

#“카카오는 이제 간신히 기반을 마련한 단계”

이 대표를 만나자마자 “지난해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혁신적인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실패해 이름 없이 사라지는 기업을 그동안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8억 원, 영업손실 153억 원, 현재 직원 수는 200여 명쯤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떤 형식으로 구축할 예정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과연 카카오가 앞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앞으로도 카카오가 제공하는 무료 모바일 메신저 등 각종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 서비스가 2010년 3월 론칭됐으니 이제 겨우 2년4개월이 지났다”며 “이제 어느 정도 사용자들을 확보했지만, 2년4개월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향후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앞으로 ‘카카오 스타일’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것이며, 현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영업손실 153억 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당장 자금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벤처 캐피털과 한국투자증권 등으로부터 206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올 4월에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인 텐센트 등으로부터 920억 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추산으로 앞으로 2∼3년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축적돼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의 최대 과제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카카오 스타일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다

현재 카카오가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익 사업으로는 지난해 말 론칭한 ‘웹툰 이모티콘’이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 동네(모바일 메신저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웹툰 이모티콘 운영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웹툰 작가들과 카카오측의 수익 배분 비율이 ‘5대 5’라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그동안 웹툰 작가들이 수익을 거두기가 상당히 어려웠는데,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뒤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웹툰 작가까지 생길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플러스 친구’는 카카오의 또 다른 수익 모델이다. 카카오 친구 중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기업 친구를 소개해 주는 서비스다. 원하는 사람만 ‘친구 추가’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타깃 마케팅’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선물하기’ 서비스도 요즘에는 명품 목걸이까지 대상에 포함될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오는 7월 ‘모바일게임센터’를 오픈, 모바일 게임을 통한 수익 모델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뿐만 아니라 동네 중소 상인들도 플러스 친구 서비스에 추가시켜 중소 상인들도 좋고, 카카오도 좋은 ‘상생의 수익모델’을 찾을 예정이다.

#“보이스톡, 고가 요금제에서는 품질을 보장해달라”

카카오는 오래전부터 전국민의 모바일 메신저로 이름을 떨쳐왔지만, 최근 카카오가 집중적으로 언론을 탄 것은 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그동안 국회에서 열린 ‘보이스톡 논란과 망 중립성’ 긴급 토론회 등을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의도적으로 보이스톡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에게 보이스톡 이용 현황부터 물어봤다. 그는 “보이스톡은 카카오톡에 추가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정확한 가입자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보이스톡 베타(시범) 서비스 초기에는 시도 횟수가 하루에 2000만 건을 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통사의 품질 제어 등의 요인으로 사용량이 초기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이스톡과 관련된 요금 정책은 ‘통신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사, 이용자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러나 현재 보이스톡을 차단하는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이스톡의 품질을 이통사가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면 그때부터 카카오의 문제가 된다”며 “현재 mVoIP를 허용하지 않는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들의 보이스톡 품질을 이통사가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통사가 저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에 대해 mVoIP를 차단한다는 약관을 갖고 있는 경우 해당 고객들에게는 보이스톡을 포함한 mVoIP를 차단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보이스톡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mVoIP를 차단하면 mVoIP를 차단하겠다는 약관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제대로 통화는 되지 않는데도 데이터는 데이터대로 써야 해 사용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는 이미 메신저를 쓰는 인터넷주소(IP)와 보이스톡을 쓰는 IP를 분리해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통사에 IP 주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힌 상태”라며 “이에 따라 이통사들이 메신저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보이스톡을 차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가 IP 주소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이통사는 mVoIP를 차단하도록 약관에 규정된 일부 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고객들이 보이스톡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향후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을 아주 저렴하게라도 유료화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떤 상황에서도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을 유료로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을 지속적으로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며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을 유료화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조해동 차장(경제산업부)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