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마저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명품(名品)’으로 부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이 ‘대체 용어 찾기’에 착수했다. 소비자원의 이 같은 시도가 앞으로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고가 수입 브랜드=명품’이라는 편향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신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가 수입 브랜드의 가격, 사후서비스(AS) 문제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번 기회에 고가 수입 브랜드를 명품으로 불러온 관행을 뜯어 보고 대체용어를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격도 제일 비싸고 한국에서 AS도 안 되는 제품을 (정부마저) 명품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래시장을 전통시장으로 바꿔 부르듯이 사치품, 고가 수입 브랜드 등과 같은 다른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용어 하나가 소비자 인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김 원장은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부 부처들과 협의해 명품이라는 용어를 바로 쓰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 부처는 물론이고 국회마저 고가 수입 브랜드를 명품으로 부르는 관행이 굳어진 상황이다. 지경부는 백화점 월매출 동향을 발표할 때, 공정위는 백화점 판매 수수료 실태조사 때 ‘명품’이라는 용어를 대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회 역시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고가 수입 브랜드 문제를 지적하면서 ‘명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정작 민간업체인 롯데백화점은 명품 용어 바로 쓰기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존 조직 명칭을 ‘해외명품부문’에서 ‘해외패션부문’으로 고친 바 있다.(문화일보 2011년 11월28일자 13면 참조)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소비자원의 시도를 환영한다”며 “명품이라는 용어를 동남아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등으로 생산되는 수입 고가 브랜드를 지칭할 때 쓰는 것은 해당 업체들의 상술에 정부나 정치인이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