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23일 네티즌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영국의 권리장전을 본떠 ‘소비자 사생활 권리장전(Consumer Privacy Bill of Rights)’이라고 명명된 이 가이드라인은 최근 구글, 페이스북 등의 네티즌 사생활 침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기업의 개인 정보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져 프라이버시 보호에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이 자신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면서 “아울러 기업의 사생활보호 방침은 이해하기 쉬워야 하고, 해킹과 유출을 차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강제력은 없으나 백악관은 의회를 상대로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어 관련 법안이 제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 권고안은 인터넷 업체들에 개인정보 관리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총 7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각 개인이 기업에 대해 자신의 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각 개인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왜 필요로 하며, 제3자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경우 어떤 이유에서인지를 알 권리가 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이 강화되며, 개인은 회사가 수집하는 정보에 대해 ‘합리적인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아울러 연방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관리청(NTIA)은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단체, 인터넷업체들과 공동으로 업계 세부 규정을 만들어 시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정 역시 강제력은 없으나 이에 동의한 업체가 위반했을 경우에는 연방무역위원회(FTC)로부터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백악관은 특히 온라인 광고업계가 이번 방침에 따라 웹브라우저상에 ‘추적 금지’라는 버튼을 만들어 이를 클릭하면 네티즌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하는 계획도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온라인광고업계 단체인 디지털광고연합(DAA)은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AOL 등 회원사들과 함께 향후 9개월 내에 ‘추적 금지’ 버튼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BBC, 로이터통신 등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는 데다 기업들의 자기규제 여부에 달려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서정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