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에서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같은 혐의로 재판 진행중인 나머지 11개 증권사들에도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대신증권에 대한 법원 판결은 향후 줄줄이 대기해있는 증권사 1심 판결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의 비상한 관심속에서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28일 열린 선고에서 대신증권이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제공하고 가원장 방식을 도입하고 미가공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개인투자자와 차별대우를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이와 같은 특혜는 이미 증권사들이 다른 기관 투자자에게 제공해왔던 것이고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만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초고위험 상품을 거래하는 ELW 시장의 구조에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매매형태가 겹쳐 손실이 증폭되는 것”이라며 개인 손실의 원인이 시장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대신증권이 무죄 선고를 받음에 따라 같은 혐의 나머지 11개 증권사 1심 판결에서도 무죄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공소 사실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11개 증권사에 대한 1심 재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25·28부에서 진행중이다. 검찰은 지난 6월 대신증권·삼성증권·대우증권·현대증권·이트레이드증권·신한금융투자·우리투자증권·HMC투자증권·KTB투자증권·LIG투자증권·한맥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들이 ELW 거래에서 스캘퍼에게 부당한 편의를 제공해 사세 확장과 수익 확대 등의 혜택을 누렸다며 이들 증권사 전·현직 대표들을 기소한 바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전용선 제공을 둘러싼 논란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란 거냐고 물어오고 일부 증권사는 전용선 투자를 중단하기 했다”며 “증권업계의 해외기관 영업이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ELW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 검찰 기소 이후 자취를 감췄던 ELW 스캘퍼들이 대부분 복귀한데다 증권사 자기매매를 통한 거래 역시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법원 결정으로 검찰은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