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망 마비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따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번엔 국내 PC 1300여대가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기반시설만 전문적으로 공격하는 악성코드 ‘스턱스넷(Stuxnet)’에 감염돼 검찰이 잇따른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금융전산망 마비의 농협 사태와 달리 스턱스넷은 원자력발전소의 오작동 등을 유발시키는 것이어서 자칫 국가 재난 상황마저 불러올 수 있어 우려된다.

농협 전산망 테러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영대 부장검사)는 4일 “국내 PC 1300여대가 스턱스넷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돼 잇따른 사이버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턱스넷은 일반 PC에 잠복해 있다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통해 시스템을 감염시키며 현재까지 발견된 스턱스넷은 산업자동화제어시스템 등 파괴를 목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란에서 발생한 원전 원심분리기 고장 사고도 스턱스넷이 원전 가동 시스템 명령어를 바꿔 분당 회전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고를 일으키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안철수연구소 등과 협조체제를 갖추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정원도 스턱스넷에 감염된 PC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원전 등 국가 기간시설 보안담당자들에게 스턱스넷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원전도 스턱스넷 위험에 노출된 시스템을 일부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피해 사례는 없지만 농협 사태에서 보듯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연구소의 조시행 상무는 “스턱스넷은 내부 시스템 구조와 복잡한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등이 파악된 상태에서 작동하게 된다”며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되고 공격은 힘들지만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보안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스턱스넷 =‘슈퍼 산업시설 바이러스 웜’을 의미하는 악성코드. 원자력·전기·철강 등 국가 주요 산업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코드로, 국가기관의 통합제어시스템에 침투해 오작동을 유도하는 명령으로 시스템을 마비, 파괴시킨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