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느냐.”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 인근의 한 언덕에서 수구와라 도메오는 주인도 없이 배회하고 있는 송아지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이 송아지는 무너진 가옥의 부엌과 거실 등을 오가며 먹을 것을 한창 찾던 중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미야기현 일대를 취재 중이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크리스타 마 기자는 14일 “주인도 없는 송아지에게 왜 먹이를 주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구와라는 “살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마 기자는 그의 대답을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평가했다.

대지진, 쓰나미, 방사선 유출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도 침착하게 위기에 대응하는 일본인들의 ‘피플 파워’가 날로 빛을 발하고 있다. 타임은 “위기 속에서도 일본인들은 서로 도우며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서로 이웃집 사람이 안전한가를 먼저 살폈고, 자전거를 타고 가 먼 곳에 사는 지인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파괴된 마을의 한 교차로에서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는 두 남성은 마 기자에게 “지금은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7만명이 거주하는 게센누마시에는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이후 물과 전기 부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가 된 학교 체육관에서 흐트러지지 않은 침착한 모습으로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전화도 끊겨서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는 TV밖에 없었지만 누구 한 사람 그 같은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없었고, 14일에야 어렵게 지역특별방위군이 처음으로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타임은 “지나와 가나라는 두 쌍둥이 자매는 신발을 신문지에 가지런히 싸서는 엄마가 자신들을 찾으러 올 때까지 대피소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고 결국에는 엄마와 재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타임은 “상부상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는 일본인들의 ‘피플 파워’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