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교민들을 지진 발생 후 제각기 교통편을 찾아 센다이를 벗어나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주센다이총영사관 측이 준비한 교통편을 이용해 센다이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15일 오전 1시30분쯤, 센다이시 아오바(靑葉)구 가미수기(上杉) 지역에 위치한 센다이총영사관 앞에서는 25인승 미니버스 1대와 12인승 승합차 1대가 운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쿄의 대사관 측에서 센다이 교민들을 지진 피해 외곽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해 급히 마련해 파견한 교통편이었다.

차량 승차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교민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영사관 내부에서 TV뉴스를 지켜보며 한시바삐 차량이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난 생활에 지친 아이들은 제각기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고, 아이를 안지 않은 어른들은 센다이 이탈과 함께 지고갈 짐을 추스르고 있었다. 오전 2시쯤에 이르자 드디어 출발 준비를 마친 차량들이 영사관 입구에 들어서자 교민들은 한결 풀어진 모습으로 승차를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센다이 지역에서 5년 간 생활하며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김수병(38)씨는 “지진으로 집과 가게가 모두 파손돼 센다이에 더 머무를 수가 없다”며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다행히도 영사관 차량을 타고 니가타(新瀉) 지역에 도착하면 오늘 오후 니가타 공항에서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티켓을 구해놨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니가타에 도착해도 상황이 막막한 사람도 있었다.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한 이물질을 우려한 듯 마스크를 얼굴 깊이 둘러쓴 한 여자 유학생은 “아직 니가타에 도착해서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무작정 공항에서 비행기에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말했다.

교민 이송 차량은 이번이 두 번째로 첫 운행은 14일 오후 12시30분쯤 이뤄졌다. 영사관 관계자는 “두 번의 운행으로 100여명의 교민이 센다이를 벗어났다”며 “이전까지는 교민들이 각자 알아서 교통편을 구해 야마가타나 니가타 지역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한편 식자재 등 물자 확보가 어려웠던 영사관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교민 수송 버스가 출발한 직후인 이날 오전 2시30분 쯤 센다이에 사무소를 둔 한 한국기업이 도쿄에서 2t 트럭 1대를 마련, 컵라면과 식수 등 비상 식량을 구해 공수해 온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도쿄의 한국인 도매상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것은 다 구해왔다”며 “회사를 운영하며 영사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회사 측에서 영사관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센다이=박준희특파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