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에서 실망으로, 그리고 다시 또 분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 사퇴를 공식 거부하자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집트 민중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마지막으로 이집트 군에게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이집트 야권은 그동안 자발적 평화시위의 성격이 강했던 반정부 시위를 이제 무바라크 체제 전면 퇴진을 요구하는 ‘혁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커 유혈사태 우려 또한 더욱 깊어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십만명의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날 오후 10시45분쯤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까지 점진적으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히자 대형 TV 화면 속 그의 얼굴을 향해 신발들을 집어던졌다. 이슬람권에서 신발을 던진다는 것은 최고의 모욕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과 몇분 전까지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할 것이라며 환호했던 시위대는 그의 연설내용에 놀란 표정을 짓고 분노감에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쌌다. 일부 시위자들은 눈물을 보이거나 경멸의 뜻으로 구두를 머리 위로 들고 흔들기도 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끝내자 시위자들은 “물러가라”고 계속 외쳐댔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대통령궁을 점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타흐리르 광장 근처의 국영 TV 및 라디오 방송국 건물로도 향했다. 11일 금요예배 이후 예정된 100만인 시위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더욱 격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무바라크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하고 9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고 100만인 시위를 강경진압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집트의 젊은이들과 영웅들이여, 집과 일터로 돌아가라”고 촉구했지만, 이날 시위는 이번 사태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와 관련,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집트는 폭발할 것”이라며 “군대가 지금 추락하고 있는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최대 야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헬미 알 가자르도 “무바라크가 국민들의 의지를 무시하고 있다”며 “그의 연설은 절망적이었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야권은 총파업 선언도 고려 중이다. 이집트 남부 아시우트 지역에서는 지난 9일 8000명의 농민들이 카이로로 향하는 도로에 야자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지르며 빵 부족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등 농민, 철도, 철강, 전기, 섬유 업종 종사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