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 사태와 관련,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는 등 비상 국면에 돌입했다. 국가안보회의 소집은 10일 오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사임을 거부한 직후 이뤄졌다.

미 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게 나타나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 정부는 이집트 상황이 조기에 종결되고 질서있는 권력이양이 되는 것을 희망해왔으나, 이집트 사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거부로 장기국면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 경우 상황이 예상치 않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영향력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행보는 이같은 고뇌를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시간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세계가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역사,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질서있고 진정한 민주주의 이행을 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 이후 질서있는 권력교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거부가 알려지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상황이 예상과 달리 전개됐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최종적으로 “이번 이행(부통령에게로 권한이양을 의미)이 즉각적이고 의미있으며 충분한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국민들이 정부가 진정한 민주주의 이양에 대해 진지하다고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과 세계에 분명하게 얘기해야 하는 이집트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직접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국무부도 이날 오후 예정된 정례브리핑을 취소하는 등 이집트 사태전개에 당황해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최근 백악관과 국무부의 입장이 약간씩 다르고, 이집트 사태에 대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