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 대국민연설에서 조기 퇴진을 공식 거부함에 따라 영국 BBC 방송 등 거의 모든 외신들이 오보를 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했다. 대국민연설에 앞서 거의 모든 외신들은 ‘무바라크 하야 임박’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30년 철권정치가 종식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끝내 권좌를 즉각 내놓지 않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도 실언을 한 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네타 국장이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 저녁 중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말하면서부터 혼선의 단초가 제공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미시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가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역사,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집트의 질서정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며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에 무게를 실었다. 외신들은 파네타 국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있기까지 대략 6시간 동안 일제히 그의 조기 퇴진을 기정사실화 하는 보도를 속보로 보도했다.

이어 이집트 내부 관계자들도 잇달아 비슷한 분위기의 인터뷰를 외신들과 이어갔다.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도 이날 BBC 아랍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 사임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상황이 곧 명확히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과정들을 보면 이날 대국민연설의 주요 내용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까지 접근됐던 것으로 보인다. CNN과 인터뷰한 익명의 미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사전에 들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대국민연설에 포함됐고,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