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오마르 술레이만(74) 부통령의 행보에 이집트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그가 과도정부의 책임자로서 민주주의체제로의 이양을 충실히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현 권력체제를 사실상 유지하면서 제2의 무바라크가 될 것인지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10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성명발표 직후 국영TV에 출연해 “시위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국민들의) 요구를 성취하기 위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대화를 위해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집트 국민들은 시위로 인해 국가가 혼돈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허용해선 안된다”며 반정부 시위사태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그는 “국민들은 폭동을 교사하고 이집트를 약화시키며 국가이미지를 훼손하는 해외 위성방송에 귀기울이지 말라”고까지 촉구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틀전인 지난 8일 “더 이상 시위사태를 인내할 수 없다”면서 무력진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었다.

무바라크의 권력이양으로 술레이만은 현재 이집트의 실질적인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메 슈크리 주미 이집트 대사는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는 법적 대통령으로만 남고 술레이만이 군부통제를 비롯한 실질적(defacto)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현재까지는 술레이만 주도 개혁체제에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국이 술레이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확고한 친미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정책과 대테러전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부터 이집트 정보군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국내외 모든 정보흐름과 군을 사실상 한 손에 틀어쥐어온 그는 ‘무바라크와 한 몸’‘무바라크 정권의 행동대원’ 등으로 여겨질 만큼 현 정부의 핵심 권력자로 활동해왔다.

특히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전이 확대되면서 술레이만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민과 법의 감시를 피해 행해야 하는 은밀한 작전을 적극적으로 도와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술레이만 주도 체제전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