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3일 오전 충남 금산군 부리면 현내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부녀회원들이 부채춤을 춘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금산 = 심만수기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충남 금산 IC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10㎞ 정도 내려가면 부리면 현내리가 나온다. 면사무소가 소재한 부리면에 바로 붙어 있는 이 마을은 지난 23일 아침부터 잔치와 김장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노인정으로도 쓰이는 마을회관 앞마당에서는 부녀회 회원 10여명이 분홍 치마와 노란색 저고리를 입고 매화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춤 연습을 했다. 김장을 마친 저녁에 회관에서 열리는 조그만 잔치 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김정숙(77) 할머니는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으로 민속무용을 배웠는데 잔치 때 부채춤을 추면 주민들의 호응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들은 잠시 연습을 마친 뒤 회관 바로 옆 한 부녀회원 집으로 김장을 담그기 위해 몰려갔다. 이들은 구슬땀을 흘려가며 오후 내내 수백 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마을 입구에 덩그렇게 놓여 있는 두 개의 표지석 중 한 곳에 쓰인 ‘화합(和合)’이 마을의 이 같은 분위기를 웅변하는 것 같았다.

지난 2008년 농촌진흥청에 의해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은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장수마을 사업으로 마을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노인회와 부녀회를 중심으로 1년에 한 번씩 ‘노인건강장수잔치’를 열어 주민간 단합과 친목을 도모했다. 옛 빨래터와 연못이 복원되고 마을 뒷산인 비봉산의 이름을 딴 쉼터 ‘비봉정(飛鳳亭)’도 조성됐다.

농한기에 목욕탕 겸 찜질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농업인건강관리실’도 만들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또 노래교실과 한방교실인 ‘이혈과 경락 교실’, 민속무용교실 등의 다양한 건강·생활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노인 회원 30명으로 구성된 게이트볼팀도 6번의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장수마을 사업 중 주민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다양한 소득 사업이다. 먼저 시설하우스에서 들깻잎과 겨울 상추를 1년에 두 번 번갈아 재배해 연간 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 노인회 경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3년 전에 심은 가죽나무 3000그루가 내년에는 상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길병세(75) 노인회장은 “처음에는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주민이 만족하고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금산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