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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목화의 ‘분장실+춘풍의처’(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1544-1555)로 2010서울연극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지난 9월24일 로버트 윌슨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로 막을 연 서울연극올림픽은 45일 동안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의 ‘디오니소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햄릿’, 테오도로스 텔조폴로스의 ‘아이아스’ 등 세계적인 연출가들의 걸작과 임영웅의 ‘고도를 기다리며’, 손진책의 ‘적도 아래 맥베스’, 이윤택의 ‘바보각시’ 등 한국 대표 연출가들의 문제작으로 연극의 진수성찬을 차려 연극팬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일본 현대 작가 시미즈 구니오의 희곡을 오태석씨가 연출한 ‘분장실’과 오씨 작·연출의 ‘춘풍의처’, 두 작품을 한 그릇에 담아내 놓은 ‘분장실+춘풍의처’는 세계연극올림픽의 폐막작품으로 안성맞춤으로 보입니다. 체호프의 ‘갈매기’를 극중극으로 담고 있는 ‘분장실’은 정통 사실주의와 환상적 이미지주의의 어름에서 그려졌고, ‘춘풍의처’는 한국의 고전 ‘이춘풍전’을 브레히트의 서사기법을 연상시키는 한국적 마당놀이로 만들어 마치 동서양 세계 각국 연극 언어의 정수만을 모아 맛깔나게 차려낸 ‘짬짜면’또는 ‘우짜면’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분장실’은 배우와 유령들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갈매기’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어느 극장의 분장실에서 주인공 니나 역을 맡은 배우가 분장을 하며 대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배우를 둘러싸고 귀족, 전령, 문지기 등 조연과 엑스트라만 하다가 죽은 배우귀신들이 주연의 대사를 줄줄 외우며 한을 달래는데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누는 우연의 소통이 달콤씁쓸합니다. 그나마 엑스트라도 못해보고 주인공의 대사를 막 뒤에서 불러주는 프롬프터 역할을 하다가 죽은 귀신의 사연은 가슴이 아리지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배역을 위해 영겁의 세월을 분장실에서 보내고 있는 유령들의 이야기가 부질없는 욕망을 위해 앞뒤 없이 내달리는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닮아있습니다. 오씨는 일본적 비장미로 가득한 이 작품을 러시아풍의 음악, 브레히트의 서사기법, 오브제를 이용해 한바탕 신명의 굿으로 풀어냈습니다.

‘춘풍의처’는 멍석 한 장을 놓고 펼쳐지는 ‘오태석표’ 연극의 전형입니다. ‘이춘풍전’을 봉산탈춤과 꼭두각시 놀음의 미학을 기본으로 거침없이 뒤집어 패러디한 이 작품은 춘풍의 처의 삶과 죽음을 중심으로 온갖 인물들의 능청맞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찌보면 배꼽잡는 이탈리아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 같기도 하고, 촌철살인의 심각한 해학은 브레히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분장실+춘풍의처’, 한국 연극의 힘을 보여주는 이 화려한 ‘비빔밥’은 2010서울연극올림픽의 묵직한 주제 ‘사랑과 인간성’을 눈물 반, 웃음 반으로 맵싸하게 반추하게 합니다 .

김승현 선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