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신영균 회장은 1960년 조긍하 감독의 영화 ‘과부’로 데뷔해 1980년대 은퇴할 때까지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다. 신 회장은 1978년 김수용 감독의 ‘화조’까지 18년의 연기 생활을 통해 총 294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사극 출연이 많았다.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1961년), 최인현 감독의 ‘태조 이성계’(1962년) 등을 찍을 때면 어김없이 말을 타야 했다.

한성고를 졸업한 뒤 극단 ‘청춘극장’에서 활동하고, 서울대 시절에도 총학생회 연극부를 창립해 이끌어나가던 ‘끼’가 서른이 넘어 발동해 가장 오랜 기간 ‘영화배우’로 살게 됐다.

고교 졸업 후 연극만 하려고 결심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2년간 연극에 매달렸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거의 매일 굶다보니 안되겠다싶어 서울대 치과대학을 지원했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김선희씨를 만나 1956년 결혼했다.

아내는 지금도 “치과 의사니까 결혼했지, 소위 ‘딴따라’였으면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 회장이 명보극장을 인수한 것은 1977년. 당시 서울에는 봉절관(개봉관)이 10곳밖에 없어 1년에 150~200편씩 쏟아지는 영화들의 극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김영삼 대통령의 제의로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영화배우이자 정치인인 신 회장은 1966년 한국배우협회 회장을 지냈고, 1987년 국민훈장 동백상을 받았다.

제1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연산군’,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의 ‘빨간 마후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에 출연한 신 회장은 2007년 제44회 대종상영화제 영화발전공로상, 2008년 제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 2010년 ‘자랑스러운 영화인 대상’을 받았다.

신 회장은 사재기탁 후 치른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찍다가 죽으면 명예라고 생각하고 목숨을 바쳤지만 가족은 어떻게 하나. 가족을 위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처음 시작한 것이 명보극장 옆의 작은 명보제과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