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창촌리 마을회관에서 10여명의 할머니들이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듬이질을 하고 있다. 춘천 = 김동훈기자

‘토닥∼토닥∼토닥∼토닥. 뚝딱∼뚝딱∼뚝딱∼뚝딱.’

지난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남산면 창촌3리 둔일마을의 마을회관. 60∼70대 할머니 10여명이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다듬이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깊어가는 가을밤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던 다듬이질 소리가 사라진 요즘 다듬이질은 노인들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변신했다.

다듬잇돌 위에 놓인 하얀 광목을 방망이로 두들기는 할머니들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다듬잇돌 하나를 놓고 맞다듬이질을 하는 두 할머니는 신이 나서 장단을 맞춰가며 방망이를 두들겼다. 다듬이질을 끝낸 할머니들은 손등을 위로 해 손가락을 약간 굽힌 상태에서 다듬잇돌에 양손을 찰싹 때리는 ‘다듬잇돌 수박치기’를 했다. 손바닥 혈류 개선을 도와 노인병을 예방하는 운동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노란색 저고리에 빨강 치마를 예쁘게 차려 입고 맨 앞에 앉아 있던 김정순(80) 할머니는 “전에는 생활의 한 부분이었던 다듬이질이 이제는 건강 운동이라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농촌진흥청(청장 민승규)이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한 창촌리는 지난 3년 동안 다듬이질과 사물놀이, 품바타령 등의 소리 동아리를 운영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 10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 농촌사랑, 쌀사랑 한마음대회’에서는 창촌리 주민들이 춘천시 대표로 나가 다듬이질 소리와 품바타령으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촌리는 최근 열린 농촌건강장수마을 경진대회에서도 우수상을 받았다.

창촌리는 각종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물론 짚풀공예, 메주·전통떡 등 전통식문화 보존 및 판매, 가지·들깨·오이 등을 재배하는 공동농장을 통한 소득증진 활동을 펴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마을을 감싸고 있는 검봉산과 인근 강촌, 구곡폭포와 연계한 등산로 및 마을 꽃길을 조성하는 등의 사업도 진행됐다.

정용대 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에 오면 녹색농가박물관 관람과 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관광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