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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서 보았듯이 사회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동성애자는 사회활동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생활도 힘들어한다.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은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성학에서는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지지만 성역할에 있어서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보고 있다. 킨제이 박사는 이것을 7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전적인 이성애를 0점, 전적인 동성애를 6점으로 했을 때 그 사이에는 5가지의 다른 성적 유형이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의 성적인 취향은 이성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의 동성애(6점)나 중간지점의 양성애(3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염색체에 따른 유전적 영향, 뇌 구조의 차이, 호르몬의 영향 등을 꼽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주류 정신심리학에서는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고난 것으로, 왼손잡이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상적 다양성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1973년 미국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에서는 동성애를 더 이상 사회병적인 성격장애로 취급하지 않고 인간의 성에 대한 성향이 다른 것일 뿐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성애자들이 행복해지려면 우선 동성애자들 스스로가 자신을 더 이상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동성애자들의 삶은 여러 가지로 고통이 따르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고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커밍아웃을 하는 동성애자는 아주 소수일 뿐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은 아닌 척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개중에는 이성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기 마련인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건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성적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씩 내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거나 극단적인 자살을 택할 바에야 드러내놓고 떳떳이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게다. 그렇다고 아무 대책도 없이 커밍아웃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신창이가 되거나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리는 혼자서 내는 것보다 수가 많을수록 크고 효과적이다. 혼자서 힘들게 싸우지 말고 먼저 ‘동성애자 지지그룹’을 찾아 도움을 청하고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동성애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해 자신에게도 힘이 되고 다른 동성애자에게도 힘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모임의 소리가 점점 커지게 되면 결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죄인이나 병신 취급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를 뿐인 배려해야 할 사람으로 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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