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스킨스쿠버를 즐긴다”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물속이 아닌 세상밖에서 사람들에게 발가벗겨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상의 이목을 피해다녔건만 결국은 수많은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문화일보는 5일 금주의 인물로 타이거 우즈를 선정했습니다. 우즈가 이번 한주동안 세인들의 관심을 가장 크게 받은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즈의 사건은 스포츠스타의 안타까운 인생역정이 묻어있고, 돈과 명예와 추문으로 얼룩진 세상사의 어두운 면을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섹스, 불화, 폭로, 뒷거래 등 3류 드라마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사생활보호와 공인의 처신이라는 21세기적 가치충돌문제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즈 사건은 일단 스캔들의 상대방이 얼마나 더 폭로전에 가세하느냐에 따라 확산이냐, 진정이냐의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첫 스캔들 상대로 지목된 레이철 우치텔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두번째 스캔들 주역인 제이미 그럽스는 음성메시지까지 황색 저널리즘에 팔아넘기며 이번 사건을 증폭시키는 데 일등공신으로 등장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세번째 여자도 등장시켰습니다. 제4, 제5의 스캔들 주역들이 등장할지, 또 기존에 등장한 멤버들이 또다른 메뉴를 들고 나올지가 사건 확산여부의 1차적 기로입니다. 스캔들 주역들의 도발적 폭로가 더이상 전개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표면상 정리국면으로 가게 될 겁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가정 내부의 갈등과 해결노력은 이제 시작입니다.

우즈의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입니다. 이미 자동차사고 역시 노르데그린과 갈등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하게 떠돌고 있듯이 가족이 겪을 추가적 갈등구조는 함부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기에는 우즈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즈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사생활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그가 소유한 요트의 이름이 ‘프라이버시’일 정도로 사생활 공개를 꺼려왔습니다. 2004년 결혼식도 007작전처럼 극비에 치렀고, 보안유지를 위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호화 리조트를 통째로 빌렸다고 하니 우즈의 과도한 폐쇄주의가 지금의 문제를 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한 사생활 보호를 추구하던 우즈는 결국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면서 자신의 부도덕성을 시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즈를 ‘살아있는 메시아’로 여기며 ‘타이거 우즈 제일교회(First Church of Tiger Woods)’를 만들었던 추종자들이 스스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우즈의 깨끗한 사생활을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이 모든 게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우즈의 자업자득입니다.

그럼에도 우즈의 사건을 더이상 흥밋거리로 지속시키는 것은 보다 큰 문제를 낳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즈 개인이 아니라 가족들이 당할 상처와 고통이 너무 큰 데다 반성과 재기의 기회마저 봉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회 내에서 뒤늦게나마 자성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집니다.

우즈의 항변대로 스포츠 스타도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막무가내로 폭로전을 유도해가는 타블로이드 신문의 황색저널리즘은 문제입니다. 정보혁명의 도구인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번지는, 알지 않아도 될 내막들이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새로운 피해자를 낳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추문을 오락거리로 보고 싶어하는 사회적 관음증이 내재돼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스포츠스타들도 다시한번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스포츠스타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다보고 수신제가(修身齊家)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우즈 사건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교훈이 아닐까요.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