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 중 가장 부유한 계층 7%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50%를 배출한다. 반면 빈곤한 50%는 7%만을 배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빈부의 역설이다.

또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70%는 기후변화와 관련 있고, 해수면이 1~2m만 상승해도 최대 6억4300만명의 인구가 거주지를 잃는 ‘기후난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18일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09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는 올해 이례적으로 환경과 인구,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내용에 큰 비중을 뒀다. 해마다 지역별 인구수, 평균수명, 삶의 질 등 인구보건 현황을 주로 다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보고서는 “인간이 기후변화의 원인인 동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며, 기후변화에 적응함과 동시에 환경오염을 멈출 수 있는 존재다”고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록으로 남겨진 자연재해 가운데 기후와 관련된 재해는 10번 중 7번꼴. 지난 20년간 발생한 재해를 보면 연평균 400번 이상으로, 그 이전의 연간 약 200번에 비해 배로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 1973~2003년 30년간 해마다 평균 1억6500만명이 희생됐다.

2009년 세계인구는 68억2940만명. 만약 전 세계 인구가 2050년에 당초 예상치인 90억명 대신 80억명으로 증가한다면 이산화탄소가 10억~20억t 더 적게 배출된다. 이는 세계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신할 수 있는 200만메가와트(㎿)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해 얻을 수 있는 감축량과 맞먹는 양이다.

또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아시아에서 1억명, 유럽에서 1400만명,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800만명이 거주지를 잃게 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해수면 상승은 인구 1000만명 이상인 세계 12개 도시를 포함해 39개 대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는 해안지역의 범람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발 10m도 안되는 저지대 해안은 전 세계 도시인구의 13%가 거주하는 곳으로 다카, 자카르타, 뭄바이, 뉴욕, 상하이(上海), 도쿄(東京) 등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빈곤을 악화시키고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동남아시아에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2억2000여만명의 빈곤층이 있는데, 이들은 보건의료서비스나 다른 구난서비스 등 사회안전망을 활용할 수 없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킬 수 없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끝없는, 아마도 불가능한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원상복구력을 위한 계획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