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의 노총각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새로 들어온 여직원 때문에 가슴이 뛰는 일을 겪었다. 자신이 찾고 있던 이상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슴이 뛰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멈추지 않았고, 나중엔 가슴 부위가 욱신거리는 통증까지 나타났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부정맥. 이상형을 만나 가슴이 뛰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부정맥을 의심해야 하는 심계항진이라니…. 을지대학병원 순환기 내과 김정희 교수의 도움말로 심계항진에 대해 알아본다.

# 심계항진, 심장질환의 전조증상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심하게 달리기를 할 때처럼 몹시 흥분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선 누구나 평소와 달리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증상 외에 맥박이 건너뛰는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부정맥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계항진’은 심장 뛰는 게 느껴져 불쾌한 기분이 드는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심계항진은 운동이나 힘든 일을 한 후 나타나는 느낌과는 달리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유발하고, 심하면 가슴 부위 통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심계항진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내과적 원인으로는 부정맥이 가장 흔하다. 일반적으로 맥박은 1분에 60~100회가 정상인데, 이보다 빨리 뛰거나 불규칙적으로 뛰면 부정맥에 의한 심계항진을 의심해야 한다. 단순 부정맥은 흥분, 과로, 스트레스에 의해 누구에게나 흔히 나타난다. 또 별다른 신체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다.

문제는 심장질환에 의해 부정맥이 생겼을 때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심장 기형, 선천성 심장병, 심부전 등 심장질환에 의해 생긴 부정맥을 방치하면 흉통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실신할 수 있다.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장기형, 선천성 심장병이 있거나 과거에 심근경색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해야 한다.

몸의 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갱년기 증상 역시 심계항진을 유발한다. 내과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했을 때 일시적으로 맥박이 빨라질 수 있다.

김정희 을지대학병원 교수는 “심계항진은 모든 심장질환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경보와 같은 증상이므로 결코 간단히 여겨선 안된다”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과도한 스트레스·음주·흡연이 원인

40대 이상 직장인들의 심계항진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음주·흡연, 과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심계항진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된다.

범불안장애로 인해 심계항진이 나타날 수 있다. 범불안장애는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해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환자들은 짜증을 잘 내며, 닥치지도 않을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몸 안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심장계통에 영향을 줘 심계항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약물 치료보다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정신과적인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심계항진의 예방과 치료

심계항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등 생활방식의 개선 외에 심계항진이 유발되는 상황(카페인, 알코올, 스트레스, 과로 등)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일 수 있다.

심계항진을 보이는 환자의 부정맥 원인을 찾기 위해 심전도검사, 24시간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 이벤트 기록 검사, 심초음파, 경식도 심초음파, 갑상선 기능 검사 등을 시행한다. 단순 부정맥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질적 심장질환을 동반한 부정맥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어 정밀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